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3월 28일] 환경규제 완화 신중을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를 당한 태안 앞바다는 자연생태계가 사실상 완전 파괴돼 죽음의 바다가 돼버렸다. 상당수 물고기가 자취를 감췄고 태안 앞바다에서 먹이를 잡던 철새 등은 근처 저수지나 하천으로 서식처를 대부분 옮겨버린 것이다. 태안 앞바다가 이전 모습으로 복구되는 데 최소 20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한번 훼손된 환경은 이처럼 소중한 많은 것들을 앗아가고 극심한 후유증을 야기한다. 정부는 최근 팔당 등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폐수를 배출하지 않는 공장의 증설을 대폭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광역상수원보호구역에서 20㎞(지방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10㎞) 이내와 취수원에서 15㎞ 이내 지역에 공장 건설을 제한했던 규정을 취수원 7㎞ 이내로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규제개혁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조치는 현지 주민과 관련 기업들에 상당히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목욕탕이나 소매점 신설이 불허되는 등 상대적으로 더 많은 규제와 제한에 묶여 시민들의 재산권 행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많은 민원이 제기돼온 곳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지난 정부까지 숱한 압력과 민원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환경부가 전격적으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대폭 해제하기로 한 데 대해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달 초 경북 김천에서 발생했던 영남권 상수원인 낙동강 오염사고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여서 더더욱 그러하다. 코오롱 유화공장 화재로 유해물질인 페놀과 포르말린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면서 구미ㆍ김천 등 지역에서는 상수도 공급이, 대구에서는 5시간 동안 취수가 중단돼 빚어진 큰 혼란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 상수원 주변 지역에서의 사고는 실로 엄청난 피해와 파장을 야기한다. 그래서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상수원 보호구역 내 낚시나 수영 등의 레저행위마저도 제한할 만큼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 새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정책 취지 아래 각종 규제철폐에 나서고 있는 점은 진정 바람직하다. 과거 정권들이 숱하게 양산해온 정부규제가 경제발전과 창의적 기업활동 등의 큰 저해요인이라는 점에서 크게 반겨야 할 일이다. 하지만 국민 안전에 직접 큰 영향을 미치는, 특히 환경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수천만명의 식수원인 상수원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정부는 오염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지만 절대적 보호가 필요한 구역에서 규제가 완화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고가능성이 그 이상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상수원보호구역 규제해제는 너무 성급하고 위험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요 사안에 대해 정부는 공청회 등 기본적 여론수렴조차 없이 관련 지침만 개정.오는 9월부터 바로 시행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한번 훼손된 환경은 부서진 제품 하나 수리하듯이 손쉽게 뚝딱 복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왕성한 기업경영활동을 돕고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절대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환경적 위험과 재앙을 담보로 할만큼 절대적 가치가 있는 것인가는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해소 차원의 규제해제는 십분 이해를 하더라도 꼭 상수원 주변지역에 공장들이 더 들어서야 할 만큼 우리 경제에 절대적이고 불가피한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환경은 어느 특정 이해집단이나 해당 지역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 나아가 우리 후손들에게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 가치이자 중요한 문제다. 규제개혁의 대상에서 환경 관련 사안은 그래서 매우 신중하고 철저하게 고려돼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환경을 좀 더 소중히 하고 두려워 하는 자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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