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현대.삼성통합] 유화-통합계기 기업문화 융합 관심

현대와 삼성이 어느 쪽으로 한치도 기울지 않는 똑같은 지분을 갖고 머지않아 한살림을 차린다. 그럼 현대문화와 삼성문화는 어떻게 융합될까.빅딜(대규모 사업교환)대상인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이 통합절차를 밟기위해 최근 4개 평가기관으로부터 실사를 받고있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모두 『실사결과가 회사의 가치를 숫자로 증명하고 향후 통합법인 설립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그러나 두 회사 통합을 바라보는 보통사람들의 관심은 다른데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저돌적인 추진력의 현대와 치밀한 기획력의 삼성이 똑같은 지분으로 참여해 새로운 법인을 출범시키는 만큼 이제 두 그룹 기업문화의 우열을 확실히 가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사자들이야 『그런 일에 관심없다』는 입장지만 속마음이 어떤지 알 길이 없다. 현대·삼성의 석유화학 통합현황 = 두 회사가 같은 지분을 출자하되 외자유치를 통해 외국기업이 50%이상 지분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있다. 아더 D 리틀(ADL)과 삼덕회계법인, 세동회계법인과 SRI등이 두 회사를 대상으로 정밀실사를 벌이고 있다. 그 결과, 양사의 실제가치가 정해지고 통합법인 출범때 두 그룹계열사들이 부담해야할 자금규모도 결정된다. 외자유치방안으로는 미쓰이물산을 중심으로 한 일본계 컨소시엄이 일본수출입은행자금 15억달러를 들여오는 안을 제시해놓은 상태. 일본수출입은행자금은 미야자와 대장상이 약속한 아시아국가 지원자금, 즉 미야자와 플랜 300억달러중 일부다. 미쓰이는 통합법인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고 제품판매권이나 나프타구매권을 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채택되면 앞으로 통합법인의 경영권 향배를 둘러싸고 한차례 태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현대·삼성통합의 전례 = 현대와 삼성은 20여년전 「알라스카개발」이라는 서류상의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같이 만든 경험이 있다고 한다. 알라스카지역 천연자원개발을 사업목적으로 내건 이 회사는 실체가 없었고 물론 사업성과도 없이 사라졌다. 또 지난 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권쟁탈전에서 양쪽이 연합, 에버넷이라는 이름으로 컨소시엄을 만든 일이 있지만 LG텔레콤에 사업권을 빼앗기면서 물거품이 됐다. 석유화학의 빅딜이 두 회사가 한살림을 차리는 실질적인 첫 사례가 되는 셈이다. 양사 통합의 결과 = 사람들의 궁금증은 신화어느 한 쪽이 나머지 한 쪽을 흡수하는 형태가 될 지 신화그때 어느 쪽이 흡수주체가 될 지 신화아니면 양쪽의 장점만 모아놓은 제3의 문화를 만들어낼 지등에 쏠려있다. 현재 현대석유화학이나 삼성종합화학 모두 겉으로는 태연하다. 그러면서도 장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데는 동의한다. 우선 현대석유화학 고위관계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로의 기업문화가 정반대라는 사실을 수십년동안 몸으로 체험해온 그로서는 최선의 답변인 셈이다. 삼성종합화학 관계자들은 『동등한 지분으로 출범하는만큼 벌써부터 경쟁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그룹의 특성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들은 통합이후 상당한 경쟁의 식을 드러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의 역할을 잘 알고있는 현대직원들과 노조없이 노사협의회라는 틀을 통해 무리없이 적응해온 삼성직원들이 이질성을 어떻게 조화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양 기업 관계자들은 『세인의 관심은 단순히 어느 기업이 더 강하냐는데 쏠려있다』며 『두 기업이 한 지붕아래서 어떻게 살아나가든 그것이 어느 한 쪽 기업문화의 절대적 우위를 가리키는 지표가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손동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