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초등임용고시 합격자 990명 전원과 지난해 합격한 뒤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하고 있는 97명을 포함해 총 1,087명이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발령 대기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합격이 취소되진 않지만 임용고시 합격자들이 곧바로 교단으로 가지 못하면서 생기는 유무형의 피해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먼저 오는 3월 신규임용 교사 수는 20~30명 그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주 중 발표될 3월 신규임용 교사 규모는 많아야 20~30명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교사의 1.8~2.7%만이 올해 교단에 설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에서 해마다 200~300명의 신규교사를 임용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령 규모는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신규 임용교사의 급감한 이유는 무상급식 예산에서 찾을 수 있다. 무상급식에 투입해야할 예산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명퇴예산이 급감했고 명퇴교사 수도 줄었기 때문이다.
명퇴 예산이 지난해 1,086억원에서 올해 255억원으로 80% 가량 급감하면서 명퇴 교사에 대한 퇴직승인이 소폭으로 이뤄져 그만큼 신규 임용도 줄어든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말 기준 서울시 재직 교사 1,258명이 명퇴를 신청했지만 퇴직처리된 교사의 수는 희망자의 25%에 불과한 372명에 그쳤다.
문제는 명퇴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올해 합격자 990명도 연내 임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연금법 개정 움직임에 따라 해마다 교사들의 명퇴 신청은 늘어나고 있는데 교육청 예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합격을 하고도 당장 교실로 가지 못하는 예비교사들의 적체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8월 한 차례 더 명퇴 신청 기회가 남아있지만 올해 할당된 255억원의 예산은 2월에 처리된 명퇴자 퇴직금 지급에 따라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윤영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이미 확정된 예산도 삭감하라고 하는 상황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새로이 예산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예비교사들의 적체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발령날짜를 기약할 수 없다보니 예비교사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1년째 발령 대기 중인 한 예비교사는 "그동안 두달씩, 세달씩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지치고 회의가 들고 있다"며 "교육청에 문의할 때마다 '예산부족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듣다보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임용이 1년 이상 늦춰지면서 같은 해 합격하고 발령받은 교사와 비교해 호봉 차이 등으로 받게 될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같은 문제는 서울지역에만 국한돼 있는 게 아니다. 무상급식 확대에 따른 관련 예산이 늘어나면서 전국 시·도교육청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주 발령 공고를 낸 대전광역시 교육청은 단 2명의 교사만을 신규 임용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김종범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무상급식 등 특정분야에 예산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풍선효과처럼 신규채용이 줄어들게 됐다"며 "서울시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전국적인 문제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