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16일째를 맞이하면서 우리 정부와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양측 모두 직접 협상에 적극성을 띠고 있는 만큼 인질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이번주 말이 사태 해결의 중대 기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핵심 사항인 포로 석방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탈레반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새로운 카드’를 통해 해법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협상 어떻게 진행되나=그동안 우리 정부와 탈레반과의 교섭이 ‘접촉’ 단계였다면 상황은 이제 본격적인 ‘협상’ 단계로 들어섰다. 테이블도 마련됐다. 우리 측에서는 강성주 아프간 주재 대사와 문하영 본부대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고, 탈레반 측에는 물라 사비르 나시르 사령관과 인질극을 주도한 물라 압둘라 부사령관이 파트너다.
양측은 협상 초반에는 탈레반이 요구해온 포로 석방 문제를 갖고 논의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양방의 협상에서는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다. 만일 탈레반이 ‘인질과 동료 죄수의 맞교환’을 쉽사리 거두지 않을 경우 초기 협상은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탈레반도 포로 석방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이상 포로 문제만 갖고 마냥 시간을 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에 따라 협상은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설 공산이 크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탈레반의 요구도 변할 수 있다”며 “정부는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한다”고 말했다. 관심은 우리 정부가 몸값 외에 ‘제3의 카드’를 꺼낼 것인지에 모아지는데 정부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의료ㆍ식료품이 인질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탈레반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협상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물질적 대가를 지불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앞으로 2~3일이 고비=초기 협상의 관건은 무엇보다 긍정적인 협상의 분위기를 얼마나 도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정부로선 적어도 5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간의 회담 때까지는 협상을 끌고 가야 한다. 회담까지는 남아 있는 기간은 대략 2~3일 정도. 우리 측 협상단도 포로 문제에 관한 한 이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탈레반 측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동안 협상이 우호적으로 진행된다면 일부 예상대로 여성 인질 2명의 우선 석방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미 2명의 인질을 살해해 이슬람권에서조차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탈레반으로서는 여론을 돌릴 우호적 제스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기 협상에서 긍정적 분위기가 도출될 경우 부시-카르자이 회동 결과도 미약하나마 기대치를 품어볼 수 있다. 천 대변인은 미국 등에서 과거에 포로와 인질의 맞교환이 있었던 사례에 대해 “과거의 사례들은 지금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 협상 결과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경우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 이미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아프간 정부가 군사 작전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설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인질 추가 살해라는 극단적인 긴장 국면이 다시 조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