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기관/「한국판 빅뱅」 본격화/생존전략 수립 “발등의 불”

◎외형경쟁 탈피 책임·내실경영 우선돼야/전문인력 양성·과학 마케팅등 글로벌뱅킹 시급/고객중심·중장기 전략 통한 경쟁력확보도 박차영국은 국제금융센터로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86년 빅뱅으로 불리는 증권시장 대개혁을 실시한데 이어 올들어 금융규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감독업무를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은 은행법에 해당하는 글래스­스티걸법을 개정, 은행과 증권사간 업무영역을 철폐하고 일반기업과 은행의 합병을 제한적이나마 허용하는 내용의 금융개혁안을 확정했다. 가까운 일본도 「일본 금융시스템의 개혁」을 표방하며 일본판 빅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조류에 맞춰 우리나라도 금융개혁작업이 한창이다. 한국판 빅뱅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5년12월 금융기관의 파산에 대비,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예금자보호법이 제정됐고 지난해 6월엔 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됐다. 올들어 1월엔 대통령직속의 자문기구로 금융개혁위원회가 발족돼 얼마전 개혁안을 마련했다. 금융개혁의 추진배경은 명백하다. 규제와 보호로 이루어진 관치금융의 폐해, 금융부문의 저효율성과 낙후성에서 오는 취약한 금융구조,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등 한국금융이 처한 위기가 바로 개혁의 원동력인 셈이다. 이렇게 급속도로 금융개혁이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계가 먼저 해야할 사전정지 작업은 너무나 많다. 우선 질적경영체질을 익혀야 한다. 한국판 빅뱅을 뒷받침하는 사상은 바로 「시장원리」다. 금융시장에 있는 모든 벽을 제거, 수익성위주의 경쟁을 촉진하고 자유로운 상품개발과 거래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무차별 경쟁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은 보호나 규제에 안주, 예대마진을 늘리기 위해 규모를 키우는데만 열중하는 「양적 경영체질」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수익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하는 「질적경영체질」이 갈 길이다. 이미 국내은행들은 질위주 경영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외형경쟁 포기를 선언한 은행이 나왔고 수익성없는 대출이나 예금유치는 사양하고 있다. 그러나 질적 경영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당장 경영층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한보파문이후 금융권에선 정치권등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은행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둘째로 글로벌뱅킹을 구축해야 한다. 금융개혁으로 없어지는 벽은 두가지다. 하나는 은행 증권 보험등 금융업종간 장벽이고 또 하나는 국경이란 울타리다. 이런 파괴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우선 전문인력 양성과 선진금융기법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전문인력 양성은 이미 상당수 은행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작업이다. 은행업무와 보험업무를 연계하는 새로운 업무영역이 탄생하면서 이를 주도할 전문인력들이 양성되고 있으며 파생금융상품을 다루는 외환전문인력이나 리스크관리만 전담하는 인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향후 3년간 외환전문인력 1백명 양성」등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하고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추진중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마케팅은 금융기관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정보기술을 무기로 과학적 마케팅을 구사하는 선진금융기관들의 공세가 본격화된다. 특히 국내시장이 공급자중심에서 수요자중심으로 급변하고 있고 고객의 욕구도 다양화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일일이 파악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고객의 금융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창구서비스 품질조사 시스템을 개발, 고객만족경영과 신상품개발에 응용하고 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돈으로 보상하는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것도 따지고보면 금융환경이 고객중심으로 완전히 변했다는 반증이다. 전자금융시대를 대비하는 노력은 모든 은행에서 활발하다. 사실 금융개혁 속도보다 더 빠른게 전자통신부문의 변화다.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은행이 상당수 시중은행에 등장했고 좀 더 나은 전자화폐를 개발하는 은행간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은행의 토비카드는 기존의 현금카드와 달리 개인의 금융정보까지 담은 만능카드. 현재 시험운용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상용화될 전망이며 다기능카드의 선구자격인 동남은행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전자금융이 발달하면서 은행거래는 점포창구없이도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과 고객이 만나는 장소도 집이나 직장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만큼 은행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환경의 변화는 2금융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히 20여년간 독자적인 업무영역을 지켜왔던 종합금융업계는 수성조차 버거운 상황을 맞아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종금업계는 지난해 7월부터 투자금융회사들이 대거 종금사로 전환된 이후 경쟁이 치열해졌고 앞으로 증권사들이 종금업계의 고유업무였던 CP(기업어음)를 취급하게되면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때문에 종금업계는 은행과 마찬가지로 내실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뚜렷한 자별화전략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은행권보다 몸집이 가벼워 새로운 제도를 채택하기 쉬운 특성을 활용, 성과급제나 연봉제를 과감하게 도입한 것도 따지고보면 절실한 생존전략의 하나다. 단기업적주의에 치우쳤던 경영전략도 5­10년앞을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은행들이 「2000년대 세계 50대은행」등을 목표로 내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2금융권도 이젠 미래를 걱정하며 변화를 인정하기 시작했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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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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