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미 경제 예외론'이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중국·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둔화 위기에 빠진 반면 미 경제만 '나 홀로' 견조한 회복세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전일 발표된 고용통계에서 실업률이 6% 밑으로 떨어지고 수출호조에 힘입어 지난 8월 무역수지 적자가 7개월 만에 가장 적었던 점 등을 들어 "세계 경제 불안의 와중에 미국이 번영의 오아시스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24만8,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21만5,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도 5.9%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발발 이전이던 2008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나온 8월 무역수지 적자는 최근 7개월간 가장 적은 401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8월 408억~409억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하며 적자규모가 커졌을 것이라던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추정은 빗나갔다. 수출액은 한 달 전보다 0.2% 증가한 1,985억달러였다. 특히 통신장비 같은 자본재 수출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날 매크로이코노믹 자문은 경제지표 호조를 반영해 미 3·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8%에서 3.3%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물론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연준이 오는 28∼29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조기인상을 시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상승 속도가 부진하고 노동시장 참가율이 197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의 질이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의 회복 기대감과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달러 가치는 연일 상승 추세다. 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86.84로 전날보다 1.4% 상승했다. 올 들어 8% 오른 것으로 2010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달러 가치는 엔화와 유로화 대비 각각 6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 경제는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때처럼 글로벌 경기둔화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자금 유입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미 자산시장은 물론 소비·투자도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에 따르면 올 2·4분기 미 가계의 순자산은 81조5,000억달러로 금융위기 이후의 55조달러보다 47%나 늘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수익률 대비 순부채 비율도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UBS AG의 래리 해서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성장이 가속화하면서 긴축을 준비하고 통화절상의 혜택을 누리는 유일한 경제블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 경제의 나 홀로 회복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는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출 의존형 신흥국의 경우 경상수지 악화와 외국인 자금 이탈로 비명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41% 하락한 배럴당 89.74달러에 거래를 마쳐 2013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데이비드 스턱턴 전 연준 경제연구소 이사는 달러강세의 여파로 미국의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둔화되면서 미 성장률을 0.25%포인트 깎아 먹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