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 외자유치 눈돌린다높은 기술력불구 보수적 평가… 펀딩 별따기
무선통신 벤처기업인 N사는 요즘 미국 기관투자자와 투자유치 협상을 전개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2차 펀딩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자금을 유치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업체인 H사는 국내 투자자로부터 액면가의 360배로 1차 펀딩을 받았지만 추가펀딩이 힘들어지면서 외국 기관과 2차 펀딩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체인 마이플랜은 국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기 보다는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력을 해외에서 인정 받는다는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미국 장외시장(OTCBB)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심사를 받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위축된 국내 투자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잇따른 벤처비리로 국내 창투사와 벤처캐피털의 심사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는데다 코스닥 등록요건도 엄격해지면서 기술력 있는 우수 벤처기업들이 해외 투자자금유치와 해외증시 직상장에 나서고 있는 것.
◆ 해외 기관투자가 찾아 나선다
지난 99년과 2000년 벤처 열풍을 타고 1차 펀딩에 성공한 업체들이 자금을 거의 소진하면서 추가 펀딩이 힘들어지고 있다.
당시 고배수에 투자한 창투사들은 일정수준 이하로는 투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특수조항을 고집하고 있어 이들 기업들이 해외자금 유치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팬캐피털코리아 이희봉팀장은 "국내 코스닥기업의 주가수익률(PER)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어 있고 장외 벤처기업들도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벤처비리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국내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보다는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유치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최근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창투사들은 심사기준을 기업의 성장성에서 수익성 위주로 전면 수정하면서 벤처투자를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반면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매출 규모는 크지 않아도 미래 성장성을 갖추고 있다면 과감히 투자해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코스닥기업 T사는 최근 모기업을 인수하면서 유럽 기관투자가와 증자자금 마련을 위해 접촉하고 있는 상태.
이 회사 관계자는 "경영권 확보만 보장된다면 최대주주 자리를 변경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신주발행도 고려할 수 있다"며 "국내 기관에 타진해도 투자의사가 별로 없고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곳도 투자 배수를 턱없이 낮게 잡아 기존 투자자들이 반발할 우려가 큰 만큼 해외투자자를 찾아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외투자 주체도 과거 미국 일변도에서 일본, 홍콩, 독일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다.
바이오업체인 B사, 무선인터넷 기업인 L사는 미국의 스톤브릿지, L&L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음성인터넷 업체인 C사는 일본 자프코, 게임업체인 S사와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K사는 스프럴스타사에 투자유치를 전개하고 있다. 이외에 홍콩상하이은행, 독일 도이치뱅크, 싱가포르 ST사 등 외국계 증권사, 은행, 보험, 투자펀드 등도 전방위로 국내 벤처기업 찾기에 나서고 있다.
◆ 해외 주식시장 노린다
코스닥 등록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코스닥위원회의 심사통과기준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시장에 먼저 상장하고 국내 주식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캐피털 관계자는 "내수보다는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미국 OTCBB와 미국 스몰캡시장 진출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력을 알리고 난 다음 국내 코스닥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벤처기업들이 국내 창투사와 공동작업을 통해 미국, 일본, 홍콩, 유럽 증시에 상장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월스트리트캐피탈, 아시아벤처파트너스 등이 전개하고 있는 미국 연방정부기금 무상지원(SBIR) 프로그램에는 130여개 이상의 기업들이 참가했으며 이중 10여개 기업들은 미국 나스닥 및 OTCBB 진출과 외자유치 등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벤처기업중 이미 신테크가 미국 장외시장에 진출해 있고 메리디안은 무한기술투자와 함께 미국시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업체인 마이플랜과 반도체장비업체인 해세드테크놀로지도 상장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일부 코스닥 기업들은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해 자금 마련과 함께 해외상장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캐피탈 최만범 사장은 "벤처비리로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코스닥시장 등록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들이 해외자금 유치와 해외 주식시장상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며 "정부도 해외시장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제도적 장비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규기자
서정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