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제자리에 놓고 난 후 김중수(사진) 한국은행 총재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간담회에 선 그는 '고민 어린 결정'이었다며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에둘러 표시했다. 국내 여건만 놓고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환율전쟁이라는 '제어할 수 없는 대외 여건(국정감사 발언)'이 그의 목을 가위 눌러버린 것이다. 그의 이런 고민을 이해한 것일까. 9월 동결조치에 그토록 비난의 목소리를 퍼붓던 시장도 이번에는 "이해할 만하다"며 끄덕였다.
하지만 상황은 이제 달라지고 있다. 얼어붙은 부동산시장과 환율전쟁 등 김 총재의 발목을 잡았던 요인들은 빠르게 희석돼가고 있다. 한은의 한 핵심관계자는 "돌발변수들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순수하게 국내 경기만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정말 (금리 인상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일정 또한 김 총재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는 16일에 열린다. 다음달 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양적완화책을 내놓지만 그 영향은 이때쯤 상당 부분 희석될 것이다.
더욱이 다음달 금통위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끝낸 다음주에 열린다. 환율 문제 등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최종 결론이 난다는 뜻이다. 다행히 '경주 담판(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은 희망은 안겨줬다. 시장을 억누르던 환율전쟁의 터널에서 제법 빠져나올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때문일까. 경주회의 이후 그는 에두르면서도 분명하게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그의 발언은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제법 확실하게 보여줬다.
불확실성이 소멸되는 대신 금리를 결정할 환경들은 한결 뚜렷해지고 있다. 26일 나온 '10월 소비자 동향지수'가 그랬다.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8로 석 달째 내림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대신 물가의 불안함은 계속되고 있다. 세상을 뒤흔들던 배추 값 폭등 상황은 지나갔지만 물가의 오름세는 사라질 줄 모른다. 자료에서 향후 1년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오른 3.4%로 나왔다. 지난해 10월(3.4%) 이후 최고치인 동시에 한은의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치(3%)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3%대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역시 회복의 기운이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로 미약하게나마 퍼지고 있다. 오히려 잘못하다가 자산시장의 버블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조금이라도 살리려면 지금이라도 돈의 전반적인 큰 흐름을 살피고 줄기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김 총재의 진짜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