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위안화 절상에 관한 서방의 압력과 시장의 온갖 소문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고 버텨온 중국이 21일 저녁 전격적으로 움직였다.
인민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2%가량의 절상조치와 함께 10여년 이상 운용해온 달러화 페그제도 벗어던졌다. 서방과 시장의 의표를 찌른 것이다.
◇ 절묘한 타이밍 = 중국 당국이 21일 저녁 7시를 기해 전격적으로 위안화 평가절상 단행을 발표하자 상하이의 한 금융소식통은 일단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하루전만 해도 인민은행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수도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에서 열린 전국 분.지점장 좌담회를 통해 `올 하반기에도 환율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며 연막을 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에서 위안화 절상을 8월중 단행하지 않을 경우 일종의 보복으로 일부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겠다는 법안으로 위협할 때도 중국 정부는 '환율개혁의 방식, 내용 및 시기는 중국 자체 개혁과 발전의 수요에 따라 진행한다'는 주동성(主動性)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실제상황이나 정치.외교적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때가 무르익었다"며 조기 평가절상 가능성을 점친 일부 전문가들은 "역시 중국은 다르다"며 다소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중국 당국은 자신들이 늘 말해오던 대로 `외부의 압력이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는' 시점을 선택해 절상을 기습 발표하는 수순을 밟았다.
위안화의 가치는 이미 시장에서는 절상된 수준을 반영하고 있었다. 최근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1년 만기 NDF가 1달러당 7.856위안 수준에서 거래되고있는 점을 볼 때 시장은 이미 약 5% 내외의 평가절상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상하이 금융소식통들은 전했다.
게다가 다음달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일정이 중국 당국의 선택을 촉진한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 위안화 절상을 그토록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마당에 미국 한복판을 방문하는 후 주석으로서는 `선물'을 안겨야 하는 부담도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정치적인 계산과 시장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격적으로 위안화가치를 올린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 시장의 충격을 감안한 소폭 절상 = 그러나 절상의 폭은 예상보다는 작았다.
시장에서는 대략 5% 정도의 절상을 기대했으나 2%(1달러당 8.28위안에서 8.11위안으로)의 절상이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여러 변수를 감안해 안정적인 수순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2%라는 절상폭에서 알 수 있듯이 환율개혁의 방법은 그야말로 점진성을 가장 기본으로삼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읽혀진다는 것.
따라서 향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추가적인 절상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게 시장의기본적인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당국이 이번 절상조치를 밝히면서 향후 위안화를 달러화에더이상 페그(연동)시키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을 중시한다. 이는 보다 자유로운환율시스템의 도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조치에 이어 근본적인 중국 환율시장의개혁이 추진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