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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딱딱한 철학? 술술 읽히네!

■ 생각박물관 (박영규 지음, 책문 펴냄)<br>동·서양 철학자 100명 행적 담아<br>유명한 일화 중심 알기쉽게 풀어


베이컨

맹자

아리스토텔레스

우임금

상용(商容)이 노자(老子)에게 물었다. / "내 혀가 아직 남아있는가?"/ "예, 남아 있습니다."/ 상용이 이번에는 또 이렇게 물었다. / "내 이는 남아 있는가?"/ "없습니다." / 그러자 상용이 다시 물었다. / "알겠는가?"/ "강한 것은 없어지고 약한 것은 남게 됨을 이르시는 것 아닙니까?"/ 상용이 그 말에 이렇게 말했다. / "천하의 일이 다 그러하니라." 상용은 노자의 스승이었다. 도가 (道家)사상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노자를 떠올리지만 노자 역시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생각박물관'은 동ㆍ서양 철학자 100명의 철학을 풀어낸 '철학 입문서'다. 100만부가 넘게팔린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와 역사서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이번엔 동ㆍ서양 철학을 한 데 모아 흥미로운 일화 중심으로 알기 쉽게 써냈다. 책은 '노자와 상용'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철학자들이 활동했던 당시의 유명한 일화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철학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흥미로운 일화들이 철학자의 철학을 설명하기 때문에 딱딱한 철학서의 느낌이 아니라 쉬운 이야기 보따리처럼 술술 읽힌다. 책에는 고대에서 20세기까지 동ㆍ서양을 이끌어온 100인의 대표적인 생각이 역사적 흐름에 따라 정리돼 있다. 하지만 저자는 기존의 철학책처럼 각각의 철학자를 따로 고립시켜 분석하지 않고 동시대를 살아간 철학자들의 관계와 그들의 행적에 주목해 함께 설명한다. 예를 들어 '노자(老子)'편에서는 그 한 사람에 그치지 않고 그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허유를 비롯해 왕예와 피의, 연숙과 상용의 행적과 사상까지 언급했다. '유가(儒家)'또한 공자뿐 아니라 유가의 스승 역할을 한 요ㆍ순ㆍ우 임금의 가르침까지 함께 담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가의 일화도 풍부하다. 서기 700년대 당대에 활동한 혜충(慧忠)은 "물병이나 갖다 달라"는 화두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중국의 선종, 즉 선(禪)불교의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 중의 한 명으로 '물병이나 갖다 달라'는 말은 관념이나 지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 자신의 본질을 살펴보라는 뜻의 깨달음을 의미한다. 책은 각 학파의 사상만 한 데 묶는 게 아니라 동양과 서양의 철학도 자유롭게 오간다. 데카르트와 홉스, 스피노자 등 서양 철학자들이 '이성'에 눈 뜬 시기에 동양에서도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朱熹), 유학을 양명학으로 승화시킨 왕수인(王守仁) 등이 있었다는 것을 함께 논한다. 책은 640쪽에 이르지만 글자가 크고 내용이 쉽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시대의 철학은 사실 동서양이 따로 없다"며 "이 책은 동서양 철학을 하나로 묶어보고 싶은 열망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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