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POS 과세' 자영업 국세청發 후폭풍

세금 추징 움직임에 프랜차이즈 등 전산거래 중단·가맹점 폐업

"가족 친구에게 빵 대접해도 매출전표 끊어야 할 판" 분노

"본사 가맹점 다 실익없어" 예비 창업자들까지 혼란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큰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국세청이 프랜차이즈 업계 등 자영업자에 대해 본사의 매출자료 전산시스템(POS)을 근거로 과세 강화에 나서자 가맹점주들이 POS를 거부하거나 문을 닫을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제 DB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국세청이 프랜차이즈 업계 등 자영업자에 대해 본사의 가맹점 매출자료 전산 시스템(POS)을 근거로 세금을 추징하려던 조치가 강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POS 사용을 중단하기 시작했으며 아예 손으로 매출기록을 남기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과세강화의 와중에 가맹본사의 매출이 덩달아 줄어들고 일부 체인점 자영업자들 사이에 가맹점 폐업 움직임까지 이어지는 등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9일 "국세청이 본사의 원재료와 매출·직원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POS를 매출누락의 근거로 활용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세금추징에 나서자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사업을 접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세청으로부터 과중한 세금이 부과된다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폐점을 염두에 두고 협회에 상담을 의뢰하는 가맹점주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국세청의 과세강화가 오히려 가맹점주 이탈이라는 부작용을 낳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은 자영업자들 스스로 POS 사용을 거부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POS의 자료가 넘어가자 가맹점주들의 불신이 커진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 본사가 가맹점의 매출과 직원관리를 위해 설치한 POS를 쓰지 않겠다는 점주가 나타났다"면서 "최근 과세당국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마케팅 자료였던 가맹점의 POS 자료가 넘어가가 가맹점주가 본사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POS는 상품의 매출을 전산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물론 일정 규모 이상의 개인 자영업자도 활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본사가 최대 수억여원을 들여 전산 시스템을 갖춘 후 이를 가맹점에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가맹점주들이 POS를 거부할 경우 본사는 전체 매출관리는 물론 마케팅 전략 수립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가맹업주 가운데는 POS 이외 본사의 원료공급을 거부하고 중간유통상을 이용하는 점주도 나타나고 있다. 외식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이 전산기록 노출을 우려해 중간유통상과 무자료거래를 하면서 원산지나 품질관리가 안 되는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중국산 원료를 사용했다 문제가 된 사례의 배경에도 이 같은 사정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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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업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세청의 세금 추징에 대한 소명 작업이 진행 중인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더욱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고 준비하던 예비 사업자들 마저 이같은 걸림돌 앞에서 주저할 것으로 보여 프랜차이즈 산업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협회 관계자는 “국세청의 이번 과세 강화가 정당한 절세 사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본사는 앞으로 가맹점주들에게 POS 데이터 사용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본사의 가맹점 관리가 더욱 어려워져 본사와 가맹점주들에게는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생각은 다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몇 년전부터 대형자영업자의 경우 POS와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등으로 원재료 입고와 상품 매출 등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과세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프랜차이즈업계를 대상으로 해 POS자료를 토대로한 과세에 대한 설명회도 가졌다. 업계의 반발이나 논란을 최소화 하자는 취지에서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16일 67개의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를 모아 POS자료를 근거로 한 부가가치세 과세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편의점인 GS25과 CU,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커피전문점인 이디야 커피와 엔제리너스 커피, 교육서비스 업체인 YBM홈스쿨, 윤선생 영어교실, 디딤돌 수학교실 등이 참석했다. 또 화장품 판매체인 아리따움과 더페이스샵, 외식프랜차이즈인 맥시카나와 BHC, 롯데리아는 물론 약국 프랜차이즈인 온누리 약국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에 속한 가맹점 수는 약 3만여 개다. 학원이나 가정학습지 등 교육서비스가 다수를 차지한다.

POS를 기반으로 한 국세청의 과세 움직임에 대해 프랜차이즈업계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POS데이터와 신고 매출에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과세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문을 닫기 직전 반값 세일할 때 POS 데이터에서는 원래 판매액이 찍히지만 실제 매출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기부하거나 친지 친구들이 찾아와 빵을 대접할 때도 POS에 찍을 수밖에 없어 POS상 매출이 실제보다 과대계상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매출관리는 물론이고 고객별 매출 특성 등을 파악해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라면서 “과세자료로 사용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매출이 아닌 재고 상품 할인 판매나 기부 등을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프랜차이즈 본사를 통해 수집한 POS 매출자료는 실제 매출에 가까운 신뢰성이 높은 자료”라고 반박했다. 세일로 인한 매출 차이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할인을 하면 할인 가격에 따라 POS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기부나 선물 등으로 매출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는 매출 누락분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게 국세청의 분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부 가맹점에 대한 실태 파악 결과, 포스매출과의 차이 전액이 매출 누락으로 확인됐다”며 “원재료를 기준으로 매출 환산금액과 POS매출자료 차이는 2.9%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POS자료가 과세자료로서 신빙성이 높아 적법하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례(2011년5월20일)도 제시했다.

국세청은 한편 프랜차이즈 가맹점 가운데 연간 매출이 6억원 이상이고 과소신고가 1억원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2011~2012년 매출에 대해 소명하라는 안내서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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