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1월 22일] 진동수 금융위원장께
김영기 (경제부 차장) young@sed.co.kr
진동수 금융위원장님. 당신께서는 평생을 금융관료로 살아오셨습니다. 금융실명제와 환란 등 굴곡 많은 한국 금융사의 한복판을 걸어오셨죠. 외환위기 직후 밤잠을 설치면서 구조조정의 피비린내를 맡았던 기억을 반추해보면 큰 한숨이 절로 나올 겁니다. 지난 몇 년간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겨워 했던, 그래서 몇 차례나 공직을 아예 떠나려 했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 금융수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랐지만 그런 기쁨을 느낄 여유조차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만 10년 만에 돌아온 여의도 건물에서 맞이한 첫 업무의 화두가 또다시 구조조정인 것을 보면 위원장님과 구조조정이라는 단어에는 묘한 인연이 있는가 봅니다.
위원장님. 10년 넘게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친 금융수장들의 성공과 실패를 옆에서 기자로서 지켜보며 '금융수장으로서 성공의 열쇠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다름 아닌 '시장'과 '시간'이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개각 직후 통화에서 구조조정에 대해 "시간이 중요한 변수다. 이를 시장 참여자들도 공유했으면 한다"고 하셨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생각하는 시간의 개념은 자칫 추상적으로 흐르기 십상일 것입니다. 전직 금감위원장 한분이 예전 "금감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어떤 곳입니까"라는 질문에 "금감위원장은 말이야. 시간을 정해놓고 퍼즐을 맞추는 사람이야. 금융시장이라는 것이 워낙 복잡해서 기껏 퍼즐을 정교하게 맞춰 놓으면 시간을 놓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지"라고 했던 답변이 기억납니다.
그의 말처럼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갑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당신께서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금융수장의 리더십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금감위원장을 경험했던 기자적 경험과 감각으로 본다면 위원장님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간은 기껏해야 한 달입니다. 말 그대로 속도전이죠. 스스로 서두르지 않겠다고 다짐할지 모르지만 이 시간 안에 시장을 제압하지 못하면 당신 역시 실패한 전직 위원장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한 달 안에 시장과 호흡하면서도 시장에 압도당하지 않고 왜곡된 모습은 제압해 나가는 위원장님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