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환경친화성 세계적 수준""환경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만큼 기업들의 환경의식을 고취시키는 힘은 없습니다"
바이엘의 크리스 반 린트(61) 박사는 세계 화학산업계가 펼치는 환경운동 '리스폰서블 케어(Responsible Care)'의 전도자답게 환경보호의 지름길은 시민들의 환경의식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린트 박사는 바이엘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환경ㆍ안전ㆍ보건'부문을 총괄하는 총책임자.
"화학산업이 없다면 우리가 일상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못할 정도로 화학은 우리에게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화학이라고 하면 일단 위험하고 더러운 폐기물을 연상하곤 하죠."
이때문에 반 린트 박사의 환경관리업무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이미지를 좋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실제로 환경을 해치고서는 기업존립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이엘이 환경경영기법의 하나인 리스폰서블 케어 운동에 적극적인 것도 이런 이유다. 리스폰서블 케어는 화학산업계가 화학제품의 개발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인간을 보호할 수 있도록 환경ㆍ안전ㆍ보건의 개선활동을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벌이도록 하는 경영기법.
반 린트 박사는 "환경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모든 화학업체들이 한 배를 타고 있는 동지"라고 강조했다.
한 화학업체의 잘못이 모든 화학 업체들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경쟁 업체라는 개념보다는 모두가 협력해야만 한다는 것이 반 린트 박사의 설명이다.
한국 화학업계의 환경노력에 대해 반 린트 박사는 "한국 기업들이 리스폰서블 케어 운동에 관심을 기울인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매우 적극적이고 빠르게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며 "여수 산업단지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환경친화성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인들은 기업들에게 무서운 감시자라고 반 린트 박사는 설명한다. 그는 "환경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데 놀랐다"며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을 무작위로 골라 환경에 대해 물어봐도 진지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 린트 박사는 한국의 환경의식이 높은 이유는 삶의 질이 향상된 때문으로 진단했다.
"생활의 질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이 제품이 나의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인가를 따지고 주변환경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죠.
가난한 나라들에서 환경 문제가 심각할 수 밖에 없는 것도 그들의 삶의 질 자체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한국은 내년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 리스폰서블 케어 총회를 서울에서 주관할 만큼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도와 평가는 매우 높은 상태다.
그는 한국 회원사들의 환경에 대한 신념과 헌신, 특히 조직력이 국제 사회에 강한 신뢰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국제화학협회 산하의 리스폰서블 케어 협의회에 가입한 것은 지난 2000년 말로 세계 46번째. 한국 리스폰서블 케어 협의회(KRCC)가 결성됐고 현재 71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반 린트 박사는 리스폰서블 케어를 펼치며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화학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때문에 빈 란트 박사가 펼치는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가 '아웃리치(Outreach, 교육을 통해 운동을 전파하는 것)'. 사내 직원뿐만 아니라 어린이들, 일반인, 비정부기구(NGO), 언론 등에 화학산업계가 환경의 중요성과 안전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일이다.
실제로 10년 이상 아웃리치 운동을 펴 온 미국에서는 화학 산업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이날도 반 린트 박사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화학 산업의 중요성과 안전성을 향한 노력을 주제로 어린이들과 토론을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어린 아이들과 화학,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보면 그들이 나의 이야기를 이해해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은 너무 즐겁죠.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업무라면 12시간 이상을 일해도 하나도 지칠 것 같지 않군요."
반 린트 박사는 자신이 환경부문의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것은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점이라며 마음씨좋은 할아버지처럼 웃었다.
◇ 원포인트 스피치
한국의 환경 점수는 몇 점일까.
전국을 강타한 황사와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으로 심각한 한국의 대기 오염. 하지만 반 린트 박사의 평가는 꽤 긍정적이었다.
"서구 국가들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다른 아시아 지역에 비해 한국의 오염 수준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베이징, 태국 등 다른 아시아 도시들에 비교하면 한국은 크게 나쁘지 않죠."
그는 지난 88년부터 92년까지 한국에 근무하던 시기의 오염 정도에 비하면 지금 한국의 상황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10년전 한국의 대기 오염은 난방용 석탄에서 발생되는 먼지로 심각한 수준이었고 한강의 오염 수위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지금은 황사 때문에 대기 오염이 심각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진원지가 한국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환경 점수를 깍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라이프스토리
크리스 반 린트 박사는 호주인으로 1941년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다. 오스트리아 GIT에서 화학공업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62년부터 바이엘의 호주 멜버른 지사를 시작으로 바이엘에서 계속 일해왔다.
그는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한국, 중국 등 바이엘의 해외 지사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지난 95년부터 홍콩에 위치한 바이엘 차이나에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환경ㆍ안전ㆍ보건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최원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