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택분양가 자율화/이규황 삼성경제연정책연구센터장(특별기고)

◎시장기능 활성화로 건설경기 회복시켜야지난 82년 12월 정부는 국민주택 규모를 넘는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를 평당 1백34만원이 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에따른 시가와 분양가격의 차이에 의한 자본이득을 흡수하고자 83년 5월 채권입찰제도가 도입되었다. 그후 주택 2백만호 건설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하여 89년 11월에는 분양가에 택지비와 건설원가를 반영하는 원가연동제를 실시하였다. 이와같은 규제는 집값이 상승하는 것을 막고 싼값으로 주택을 공급하여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자기집 마련의 기회를 늘려주는데 목적이 있었다. ○집값 규제로 침체초래 그러나 집값에 대한 규제는 주택수요, 공급 그리고 가격에 걸쳐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과소비다. 시장가격과 분양가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실제 필요한 수요보다 많은 주택을 구입하고자 한다. 서울지역 32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호당 6.5평이 과소비다. 이를 전국적으로 보면 연간 6만 내지 7만호에 해당된다. 주택건설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소득계층별로 주거의 형평성이 오히려 나빠졌다. 주택가격의 변화가 주택구입에 주는 영향은 소득이 높을수록 크다. 따라서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 고소득층의 주택수요를 증가시켰다. 가격규제에 의한 혜택은 고소득층이 호당 9.0평으로 제일 크다. 이는 저소득층의 호당 4.3평보다 2배나 큰 수준이다. 셋째, 주택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주택경기가 안정되었던 85년께부터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되었다고 가정해보았다. 81년을 1백으로 볼 때 주택가격은 91년 상반기의 2백4.7에서 93년 하반기에는 1백66.9까지 내려간다. 이는 실제저점인 1백89.3보다 11.8%나 낮은 값이다. 분양가 자율화는 주택시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가격안정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또 최근의 미분양주택문제도 상당히 완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주택시장에서의 가격기능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였다. 규제는 주택사업자의 생산동기를 줄여 수요에 맞는 공급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주어진 가격에 생산비를 맞추자니 규모, 유형, 설비면에서 획일적인 주택만 양산하였다. ○가격기능 재건 시급 물론 분양가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의는 많았다. 정부도 한때 자율화를 심층 검토한 바 있었다. 그러나 자율화가 부동산경기를 부추겨 주택가격을 높이는 한편 물가, 임금, 국제수지 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되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택지공급 확대 등과 더불어 주택분양가를 자율화한다면 건설경기의 진작을 통하여 국민경제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주택가격은 분양가 자율화 이후 처음 1년에는 0.3%, 2년에는 1.6% 높아진다. 그리고 주택공급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의 증가율은 0.7%에서 0.3%까지 내려간다. 이후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은 0.2% 하락한다. 땅값도 집값과 비슷한 유형으로 변화하여 장기적으로 0.2% 내지 0.5% 내려간다. 물가는 자율화 초기단계에는 연간 0.1%부터 0.4%까지 상승한다. 그러나 땅값과 집값의 안정으로 실시 3년 이후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상승률이 0.1% 수준까지 내려간다. 장기적으로는 0.2%정도 하락한다. 국민총생산은 2년 미만의 단기에는 1.3%, 장기적으로는 1.1% 증가한다. 자율화에 따른 영향을 주택시장에만 국한해 보더라도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의 유형은 비슷하다. 시행초기에 5.4% 정도 오르지만 바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장기적으로 자율화 이전보다 10.6% 낮은 수준에서 안정된다. ○택지공급도 확대를 물론 이와같은 분석은 몇가지의 보완정책을 전제로 한다. 택지공급이 추가적으로 30%이상 공급되는 것이 그 첫째다. 여기에는 택지개발은 물론이고 각종 규제완화와 공영개발 개선이 포함된다. 새로 공급되는 택지가 서울 인근이면 더욱 바람직하다. 또 물가상승을 줄이기 위하여 수입보다 지출을 1% 정도 줄이는 재정긴축이 그 둘째다. 이를 종합해보면 경기가 하락하고 재정긴축이 예상되면서 주택공급 증가가 필요한 시점이 분양가를 자율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로 판단된다. 또 분양가격 자율화는 현행의 주택공급제도, 청약예금, 채권입찰, 택지의 공영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의미한다. 주택금융제도도 크게 손질해야 한다. 분양가격 자율화는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킨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특히 98년부터 개방이 불가피한 주택시장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조기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세계화에 맞는 주요한 생활개혁의 하나다.<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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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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