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프로그램 매수ㆍ매도차익 잔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 발표되는 프로그램 차익 잔액의 수치가 부정확해 ‘정보로서의 가치를 잃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증시 수급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인 프로그램 차익 잔액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매일 시장에 알리고 있는 프로그램 차익 잔액의 수치가 정확하지 않아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검토 결과 프로그램 차익 잔액을 시장에 알리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에 맡긴 ‘프로그램 매매제도 개선’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금융위원회와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고 금융위원회와 협의가 마무리되면 올해 안에는 프로그램 차익 잔액정보를 시장에 공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증권사들도 각자 기관으로부터 받은 프로그램 매매정보를 거래소에 알리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프로그램 차익 잔액은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ㆍ매도주문을 받은 증권사가 당일 오후5시까지 거래소에 알려왔다. 그러나 기관이 프로그램 매수주문을 A증권사에 내고 이와 연계된 프로그램 매도주문은 B증권사에 내는 등 자신들의 투자전략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증권사가 거래소에 보고하는 차익 잔액 수치에 오류가 생기고 있다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선물결제일이 지나도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이 7조원이 넘고 매도차익 잔액이 2조원이 넘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거래소에서 발표되는 프로그램 차익 잔액의 70%는 허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연구용역을 맡은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에게 그릇된 정보를 주고 있어 차익 잔액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게 맞다”며 “다만 시장의 투명성 차원에서 차익 잔액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을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정보를 거래소가 알려야 하는지 그냥 없애기만 하면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상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차익거래는 수급에서 중요한 변수인데 관련 정보가 아예 공개되지 않으면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도 “증권사의 매매내역 보고가 사라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실체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정확하지는 않지만 참고자료로 유용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