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국내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경우 실물 경제 호조와는 관계 없이 국내 경제는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국제 금융전문가들은 『서방 선진7개국(G7)의 엔고 저지 실패와 석유 수출국기구(OPEC)의 6개월 감산합의 연기 결정은 추석연휴기간중 미국, 일본 등 전세계 주식시장의 주가급락을 초래했고 당분간 세계증시 하락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 최근 엔화가 1달러당 104엔대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띰에 따라 달러화 불안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 약세는 기본적으로 달러화 표시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국제 투자자금들의 미국 증시 이탈을 유발시켜 달러 약세를 가속화 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 증시의 불안정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타 주요국 증시의 동반하락을 불러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실물 경기 회복에도 불구,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이탈로 겨우 안정을 찾아 가는 국내 금융시장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보유주식 처분을 늘리고 있으며 투자자금 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물가도 불안하다= 엔화 강세와 고유가 지속은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상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 조사국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경상수지는 7억1,000만달러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국제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1배럴당 25달러 선인 유가가 28달러까지 상승하면 올해 경상수지는 200억달러 흑자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기계, 전기전자 및 자동차의 경우 일본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고유가로 인한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하고 있어 물가를 상승시킬 경우 내수 경기 위축, 금리 불안정, 기업 자금경색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하기 힘들다.
▲실물 경제는 개선된다= 엔화가치 상승과 대만 지진 여파로 인한 반도체 및 유화제품 가격 급등은 국내 실물 경제를 개선시키는데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반도체 국제현물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의 경우 반도체 경기 호황 및 국제 반도체가격 급등이 이어진다면 높은 부채비율을 자력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예외없이 높은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반도체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수익성이 높아져 독자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예상하고 있다.
엔화 강세로 해외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줘 고유가 부담을 상쇄시켜 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력 수출품목의 40%가량은 일본 제품과 경합관계』라며 『엔화 가치 강세와 대만 지진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산 제품의 수출쟁력을 높여 고유가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발생 요인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대만사태로 인한 반도체 및 유화제품 가격 급등은 일시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엔화 가치 강세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은 중장기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고 우려했다.
김형기기자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