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헐값매각은 불법"] 사건 전말 변양호-이강원 합작품… "반쪽 수사" 론스타 "단기매매로 한몫 벌겠다" 치밀한 각본불법행위 규명은 실패… 윗선 개입도 못밝혀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외환은행 불법매각은 변양호ㆍ이강원 두 공동 주연의 합작품이다. 헐값매각 관련 론스타 불법행위는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미국 도피로 밝히지 못했다.' 7일 검찰이 밝힌 9개월간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수사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이 단독으로 론스타 측 로비에 발맞춰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결정했으며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이에 따라 부실자산 과대평가를 통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 등 실무작업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국내 굴지 은행의 불법매각이 일개 주무 국장선에서 결정ㆍ실행됐다는 데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세간의 의혹과 달리 이헌재ㆍ김진표 전 부총리, 이정재 전 금감위원장 등 헐값매각의 배후로 지목됐던 정부 고위인사들이 모두 무혐의 처리된 것은 두고두고 영구(?) 의혹으로 남을 전망이다. 또한 변씨와 하씨를 상대로 한 론스타 측의 적극적인 로비 정황을 밝혔으면서도 스티븐 리 전 론스타 코리아의 신병확보 실패 등으로 정작 최대 수혜자인 론스타의 불법 행위는 밝히지 못하는 반쪽 수사가 돼버렸다. ◇불법매각의 전말=IMF 사태 이후 부실채권 처리 등으로 짭짤한 돈을 벌어온 론스타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은행의 단기 매매를 통해 한몫 벌겠다는 전략을 짜고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심에는 미국에 도피해 있는 스티븐 리 당시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있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서울은행 인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2002년 7~8월. 스티븐 리는 외환은행이 브랜드 가치가 높고 해외 영업망을 잘 갖췄으며 경영상태가 양호하다며 점을 찍었고 론스타 재정자문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 김모 대표와 하종선 변호사를 통해 변씨와 이씨에게 접근, 치열한 로비를 벌였다. 김모 대표와 하 변호사는 각각 당시 김석동 금감위 정책국장과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학교 동창으로 절친한 사이였다. 스티븐 리는 같은해 10월께 외환은행 인수 방법으로 변씨에게 '10억달러에 51% 지분 획득' 의사를 밝혔고 이에 변씨가 승낙하면서 이후 론스타의 단독 수의 계약, 수출입은행 보유 외환은행 지분에 대해 론스타에 콜옵션 제공 등 론스타가 요구한 사항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가 론스타 인수에 반대하자 이강원 전 행장은 코메르츠 측 외환은행 임원 몰래 BIS 비율을 조작해 정부가 코메르츠 지분을 완전 감자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방식으로 억지 협조를 얻어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외환은행 매각의 결정적 근거가 됐던 2003년 말 기준 외환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 전망치 6.16%는 부실 여신 부풀리기 등을 통해 조작된 것으로 실제 수치는 부실 은행 판단 기준인 8%를 훨씬 웃도는 9.41%까지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최고 8,000억원 이상을 손해보며 거의 정상가격의 절반 값인 1조3,000억원 수준에서 팔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론스타 불법행위 규명 실패=헐값매각의 정부 측 불법행위는 밝혔지만 매각의 최대 수혜자인 론스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헐값매각 수사의 곁가지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는 밝혀냈지만 론스타의 인수 과정에서의 불법 로비, 뇌물 공여 의혹 등은 기소도 못할 정도로 정황 수준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상태다. 이는 외환은행 인수를 기획, 실행했던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설명한다. 스티븐 리가 변양호ㆍ이강원 등과 수십 차례 접촉한 사실, 론스타가 하종선 변호사를 통해 105만달러의 불법 로비자금을 전달한 사실 등은 확인됐지만 론스타 자체의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검찰이 핵심 인물이라고 지목했던 유회원 당시 론스타 측의 외환은행 인수팀장에 대한 수사도 스티븐 리의 신병확보에 실패해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론스타로부터 로비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김석동 당시 국장 등 금감위 고위인사들이 향후 언제든 추가 수사대상인 참고인 중지 처분을 받은 것도 스티븐 리의 수사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향후 론스타 전ㆍ현 임원진의 수사에 어떤 돌파구를 찾느냐에 따라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입력시간 : 2006/12/07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