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세계의 벽도 허물어질 수 있다." 태극전사들의 유쾌한 도전 2막은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의 한판승부이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16강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8시30분(한국시각)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맞아 2대0으로 승리하며 자신감이 가득 찬 태극전사들은 이번 경기에서'대형사고를 치겠다'는 각오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다윗의 승리'를 화두로 제시했고 공격수 박주영(AS 모나코)은 "아르헨티나도 꺾어야 할 대상"이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고 같은 날 오후11시에 펼쳐지는 나이지리아와 그리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는 시나리오라면 한국은 사상 최초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 짓게 된다. ◇남미의 벽 넘고 16강 진출 이룬다=한국은 월드컵에서 유럽의 장신군단도 꺾어봤고 아프리카 팀도 넘어봤다. 하지만 남미 팀과의 대결에서는 이겨본 적이 없다.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에 1대3으로 패했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우루과이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볼리비아를 맞아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남미 축구의 상징' 아르헨티나와 다시 맞붙는다. 1986년 첫 대결에서는 실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거친 플레이를 남발해 세계 언론에서 '태권 축구'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월드컵에서 24년 만에 아르헨티나와 맞닥뜨린 한국 대표팀이 세계 축구팬에게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관심거리다. ◇같은 전형, 다른 전술=한국과 아르헨티나는 똑같이 4-2-3-1 전형을 들고 나와 맞붙을 예정이다. 같은 전형이어도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정반대다. 한국은 4일 치른 스페인과의 평가전처럼 수비에 중심을 둘 예정이다. 상대 공격기회에서는 미드필더까지 전원 수비에 가담하고 역습 기회를 통한 득점을 노리는 게 핵심. 선발진은 오른쪽 풀백을 제외하고는 그리스전과 동일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이 '원톱'을 맡고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 염기훈(수원)과 이청용(볼턴)이 좌우 날개를 맡을 예정이다. 이영표(알 힐랄)-이정수(가시마)-조용형(제주)의 수비라인은 동일하지만 오른쪽 풀백이 그리스전에서 활약을 펼친 차두리(프라이부르크) 대신 발이 빠르고 영리한 오범석(울산)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골키퍼는 이운재(수원)보다 정성룡(성남)이 유력하다. 아르헨티나는 '원톱'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과 공격형 미드필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좌우 날개인 앙헬 디마리아(벤피카)와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의 4각 편대를 앞세워 시종일관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점쳐진다. 양날개와 공격형 미드필더는 공격 위주로 움직여 사실상 4명의 붙박이 공격수가 있는 셈이다. 나이지리아전에 나온 선발진과 동일하되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 후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이 부상을 당해 출전하지 못하고 막시 로드리게스(리버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ㆍ안정환, 아시아 선수 최다골에 도전=박지성은 그리스전에서 쐐기골을 넣으며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3개 대회 연속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월드컵에서 3골을 기록한 안정환, 알 자베르(사우디아라비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 박지성이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아시아 선수로는 월드컵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경기 후반 교체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조커' 안정환 역시 득점을 올리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4골을 기록한 선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