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족의 소중함 되새기는 한가위

오늘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4,000만명의 인파가 저마다 정성이 담긴 선물 보따리를 안고 귀성길에 오른다.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하면서 올해의 추석은 주말 이틀이 포함돼 기간만큼은 5일 동안이나 넉넉한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마음도 그렇게 넉넉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올해의 추석은 철이 이른데다 여름내 비가 자주 와서 무르익은 오곡백과를 구경하기는 다소 이르다. 출수기의 일조량 부족으로 근년에 없던 흉작이 예고돼 민심은 스산하기만 하다. IMF때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위축된 경제가 살아날 조짐은 보이지 않은 채, 느느니 실업자 자살자 이민희망자 뿐이다. 경제가 어렵다는데 강남의 아파트 값은 1주일 사이에 1억원이 올랐다는 소식으로 서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정치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 같이 피폐한 민생을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다툼으로 날밤을 지새고 있다. 올해는 새 정부가 들어선 해이다. 젊은 대통령, 서민 대통령을 맞아 서민들이 편안히 살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으나 이제껏 보여준 것은 희망보다 실망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한가위를 쇠러 고향으로 향한다. 고향에는 가족과 이웃이 있다. 가족은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바탕이다. 가족이 튼튼하면 나라가 튼튼하다. 지금 우리사회가 불안한 것은 가족의 유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귀성길이 소중한 것은 그 같은 가족의 유대를 확인하기 위한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가족의 사랑과 격려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은 없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한편에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는 여유를 남겨둔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가위 연휴를 즐기지 못하는 우리의 이웃 중에는 국토방위를 위해 전선을 지키는 국군장병을 비롯, 경찰관, 소방대원, 생산현장의 근로자가 있다. 또 병상의 환자,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해 부모를 뵐 면목이 없는 청년도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에게 희망을 안기는 한가위가 되기를 바란다. 국회의원들은 이번 귀향길에 민심을 잘 듣고 돌아와 민생에 보탬이 되는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정부도 추석민심을 잘 읽고 지난 7개월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한가위는 언제나 모든 이에게 삶의 활력을 살려주는 명절이었다. 올해의 한가위에선 그 같은 뜻이 더욱 절실해진다. 오가는 길이 빗길이 되리라고 한다. 법과 질서를 준수하는 안전 운행으로 사고 없는 연휴가 되기를 바란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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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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