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추락하는 이머징마켓]<上>디폴트위기 아르헨티나

테러불똥·정국불안 맞물려 긴축노력 허사 다시 벼랑끝9ㆍ11 미 테러 사태의 후폭풍으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테러로 여파로 10년 만에 분기당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등 경기 침체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테러 사태 이전까지 한 가닥 남아 있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일본ㆍ유럽 경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플러스로의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독일 경제도 지난 73년 오일 쇼크 후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 경제의 향방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천수답형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이머징마켓 국가 전체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ㆍ중남미 등 이머징마켓 개별 국가 경제에서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머징마켓 중 한 국가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면 그러한 위기 상황이 주변 국가로까지 급속히 전염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97년 타이에서 출발한 아시아 외환 위기가 아시아 각국으로 번져 러시아까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위기 도미노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실례다. 특히 97~98년 아시아 경제 위기 때만 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하고 있어 이머징마켓 경제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과거처럼 빠른 속도로 경기가 냉각되고 다시 급속히 경기가 회복되는 'V'형 경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가 국가 채무불이행 위기를 맞고 있어 그 파장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증시는 29일 단 하루에 8.7%나 폭락했으며 아르헨티나 국채에 대한 가산금리도 95년 멕시코 '데킬라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014bp(1bp=0.01%)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가 3년 6개월째 지속되는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긴축재정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벼랑 끝에 다시 내몰린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1차 위기에 봉착했던 지난해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으로부터 약 4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긴급 수혈받아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농축산물 수출 부진과 재정적자의 누적 등으로 올 7월 다시 2차 위기를 맞았다. 채무불이행 선언설과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의 중도 사임설까지 나돌면서 제2차 위기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으나 IMF가 80억달러의 추가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가라앉는 듯했다. IMF도 당시 강도 높은 긴축안을 제시, 지방 정부 역시 예산적자 해소를 위해 연방정부와 공동보조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델라루아 정부는 도밍고 카발로 경제 장관을 앞세워 재빨리 사태수습에 들어가 9월 중순 새로운 경제회생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지방정부가 초긴축안에 동의하는 대신 연방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 수입의 일정부분으로 주정부를 지원하는 것이 포함된 이 방안은 때마침 터진 9ㆍ11 테러 사태와 맞물리면서 연기를 거듭했다. 이와 함께 지난 총선에서 개혁안을 반대하던 페론당이 승리해 여소야대정국이 도래하면서 정국불안을 우려한 해외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날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주변국가인 브라질ㆍ칠레ㆍ멕시코 증시도 덩달아 폭락세를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발(發) 위기가 중남미 전체로 확산되면 그 다음은 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아시아 경제가 미국 테러 사태의 후유증을 가장 심하고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타이완ㆍ싱가포르ㆍ홍콩 등은 제1의 교역 상대국인 미국 시장의 위축으로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소비심리 악화로 내수시장과 산업생산마저 침체되는 삼중고에 처해 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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