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서울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전국농민연대(상임대표 송남수) 소속 농민 2,000여명은 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농민연대는 결의문에서 “국가의 대외 신인도 운운하며 농민들이 다 죽어가는데도 FTA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농민을 국민으로 보지 않겠다는 처사”라며 “비준안을 막아내지 못한 정당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며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주장했다.
강춘성 전국농업기술자협회장은 대회사에서 “노무현 정부는 농민들에게 국민적공감대를 구축한 뒤 FTA를 신중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처리를 미루고 재논의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빚을 내서 빚을 막는 것마저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오늘날 농촌의 현실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부는 농민에게 뭐라고 할 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양보를 받아내는 차원 높은 협상 전략을 구사하라”고 촉구했다.
집회 도중 흥분한 일부 농민들이 차도로 진출하려 하자 경찰이 저지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일부 농민들은 술병과 돌 등을 던지며 경찰과 대치하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앞서 농민 60여명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앞에서 박관용 국회의장의 출근을 막으며 피켓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의 저지로 1시간여만에 해산했다.
또 오전 11시께에는 농민 15명이 밧줄로 서로 몸을 묶고 국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전원 연행됐다.
서울 광화문 앞에서는 오후 2시께 농민 7명이 1톤 트럭에 8포대 분량의 벼를 싣고 와 낱알을 도로에 뿌리던 중 출동한 경찰에 5분만에 연행됐다.
경찰은 이날 43개 중대 4,500여명의 경비 병력을 여의도 일대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전경 버스 100여대로 국회 정면을 가로 막았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