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미움사면 끝장 입증/갈리 유엔사무총장 연임좌절 까닭은…

◎안보리 14국 찬성 미만 반대… 아·중동국 불만무마 과제【유엔본부=김인영 특파원】 유엔 사무총장이 안보리 이사국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어도 미국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새로운 기록이 세계사의 한 페이지에 남게 됐다. 19일 상오(현지시간) 유엔 안보리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의 연임에 대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이를 채택하지 못했다. 투표결과 미국만 반대했고 나머지 14개국이 찬성이었다. 이에 따라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연임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다. 이날 안보리 표결은 미국의 의도가 관철된 것이기도 하지만 부트로스 갈리 총장도 대다수 국가의 지지를 얻어서 명예롭게 퇴진할 명분을 얻었다.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연임을 강력히 지원했던 아프리카 및 중동국가들은 재임명 결의안을 다시 채택할 가능성이 있으나 더이상 그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차기 총장을 선정하는 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을 대표해서 거부권을 행사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유엔대사도 「그를 제외한」 다른 후보가 아프리카에서 나오면 지지할 것임을 밝혔다. 현재 여러 사람이 차기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가나 출신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차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번 일로 유엔은 큰 상처를 입었다. 아프리카와 중동국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고 부트로스 갈리를 추천했던 프랑스는 자존심이 상해 있다. 미국은 자국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유엔 수장을 힘으로 밀어냈지만 이로 인해 생겨난 회원국간 균열을 봉합해야 하는 또다른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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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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