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해도 너무한' 청와대 인사

기업은행장 인선을 둘러싸고 잡음을 일으킨 지 일주일 만인 지난 28일. 청와대는 이날 오후 2명의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인사를 자제해달라며 보낸 공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인사 시기야 인수위가 큰 틀에서 양해를 했다고 하기에 그렇다 해도 인선 내용을 보면서 기자는 씁쓰레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공석 중인 감사원 감사위원에 자신의 경제보좌관을 낙점했다. 보좌관으로 들어온 지 다섯 달 만에, 그것도 대통령 임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임기 4년의 차관급으로 또 옮기게 됐으니 그로선 이만한 홍복(洪福)도 없을 게다. 이쯤 되면 청와대에 몸만 담가도 앞길이 열린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대통령은 또 장관 자리에 버금간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에 사시 동기이자 자신을 주축으로 한 사법연수원 친목모임인 ‘8인회’ 멤버 중 한 사람을 간택했다. 임기 말까지 측근을 챙기는 대통령의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이뿐인가. 지금의 청와대는 제 식구에게는 정말 대단한 애정을 지닌 듯하다. 기업은행장 인선과 맞물려 이뤄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인사.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 금융정책의 경험이 적은 경제비서관을 승진시켰다. 항상 강조하던 적재 적소의 인사원칙은 도통 찾기 힘들다. 하기는 기업은행 인선에서 익히 드러났듯 청와대 인사의 가장 큰 ‘원칙(?)’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인 점을 감안하면 마냥 나무라기도 그렇기는 하다. 설령 그래도 청와대의 임기 말 인사는 너무 고약하다. 취임 초 노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말해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쯤 되면 막하자는 거죠”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다. 대통령이야 미안한 마음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인사 당사자들도 참 너무 한다. 임기가 얼마나 남았다고 그토록 자리를 챙겨야 직성이 풀린단 말인가. 대선을 보면서 국민의 시선이 얼마나 따가운지를 아직도 느끼지 못한단 말인가. 참여정부의 성과를 평가받겠다면서 임기 두 달을 남기고 총선 현장으로 떠난 청와대 핵심 수석들의 앞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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