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통신업계 사장 선임 '정관의 덫'

KT '경쟁관계 제한' 논란 속 SKT·LG데이콤도 규정 비슷<br>"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기준… 개정 서둘러야"


KT 사장 인선이 정관 규정 때문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통신업계도 이와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정보기술(IT) 분야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사 자격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아 통신업계의 정관이 상대적으로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KT 사장 선임과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경쟁관계’ 제한 규정은 대부분의 통신서비스 업체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KT는 정관 25조5항에 이사 제한규정으로 ▦동종 또는 유사사업을 목적으로 하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를 지배하는 기업집단 관련자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 및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임직원 또는 2년 이내 임직원이었던 자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최대주주 및 2대주주인 회사 및 그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임직원 및 2년이내 임직원 ▦특수관계인 등을 두고 있다. 인력풀이 많지 않은 국내 업계의 상황에서 KT의 이러한 규정은 사장 후보군을 KT 내부 인사 또는 극히 일부의 전문경영인과 정관계 인사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최근 KT가 정관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규정이 KT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KT와 함께 국내 통신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비슷한 규정을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정관 32조3 1항을 통해 이사의 제한 조건을 KT와 똑같이 규정하고 있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이사의 제한 조건에 특수관계인 조항이 없다는 점 뿐이다. 결국 SK텔레콤도 대표이사 등 이사를 선임할 때 내부 인원 또는 정관계 인사 외에는 선택할 대안이 그리 많지 않은 셈이다. LG데이콤은 대표 이사 선임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지만 이사 총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는 KT나 SK텔레콤과 거의 유사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통신업계 이사 선임구조의 구태는 다른 제조업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는 24조에 이사 선임 규정을 두면서 대표이사 선임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업계 안팎에서는 통신업체들의 정관 규정이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KT의 이사선임 규정은 2002년 민영화 이후, SK텔레콤은 2000년 3월 이후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기술은 빛과 같은 광속도로 발전하는 데 기업의 인사 구조는 10년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KT 사장선임을 둘러싼 소란은 통신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꼭 이번 건에 적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낡은 정관을 시대에 맞게 고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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