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온정 메마른 쓸쓸한 한가위

경기 침체에 양로원·어린이집등 복지시설 후원 크게 줄어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썰렁한 한가위는 처음인 것 같아요.”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양로원ㆍ어린이집 등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사회 각계의 온정은 오히려 크게 줄어 소외계층이 느끼는 쓸쓸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회 풍조가 갈수록 각박해지는데다 경기침체마저 겹쳐 소외계층들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명절을 맞고 있다는 게 복지시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북 정읍 애육원의 서완종(44) 사무국장은 “행정기관을 빼고는 단 한명의 후원자도 찾아오지를 않고 있다”며 “20여년간 복지시설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렇게 썰렁한 명절을 맞기는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 국장은 “행정기관에서 가져다준 생활용품들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준 후원금품 50만원이 전부”라며 “아무리 경기가 안 좋다지만 이렇게까지 온정이 메마를 줄 몰랐다”고 말했다. 노인이나 장애인시설은 사정이 더 딱한 편이다. 65~100세의 무의탁 노인 47명이 있는 전북 익산시 ‘신광의 집’의 엄희정(33) 사무국장은 “명절이면 한번씩 찾고는 했던 후원자들도 올해는 전혀 소식이 없다”며 “명절이면 더 외로움을 느끼는 할아버지ㆍ할머니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기관 규모에 따른 기부 양극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광주 지역 복지시설 등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규모가 크고 이름이 알려진 복지시설에는 5~10건 정도로 지난해 수준의 기부가 있었지만 소규모 시설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따뜻한 한가위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용산구 소재 아동보육시설 ‘혜심원’의 방애영(51) 사무국장은 “설이나 추석의 경우 600만~700만원 정도 후원금품이 답지하는데 올해는 3분의1 수준도 안 된다”며 “공공기관 기부를 제외하면 특히 기업의 후원이 크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애초 기부를 약속했던 일부 기업이 태안 기름 유출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곳에 지원한다며 취소한 사례도 있다고 방 국장은 전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모은 기부금은 5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억원 정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모금회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 보니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항목으로 기부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위축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역 기업체들의 손길이 위안이 되고 있다. ㈜금호환경(대표 이지태)은 8일 소외된 이웃을 도와달라며 쌀 20kg들이 250포대(1,000만원)를 군산시에 기탁했다. 매년 명절에 지역 쌀을 구입해 관내 이웃을 돕고 있는 ㈜제일건설도 이날 2,000만여원 상당의 쌀을 군산시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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