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파업 닷새째인 14일 오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로비에서 농성중인 노조의 구호와 노래를 들으며 한참을 기다려서야 겨우 의사의 치료를 받은 손모(48)씨는 수납창구에서 대기표를 뽑아들고 다시 한 번 한숨을쉬어야 했다.
대기인 수가 평소 많아야 30명 정도였으나 이날은 무려 130명 정도로 늘어나 얼마를 기다려야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차례가 지나칠까봐 점심도 미룬 채 2시간을 기다려서야 손씨는 약 처방전을 받아들고 병원을 나섰다.
손씨는 "수납창구에 평소 7~8명이 근무했는데 오늘은 4명밖에 없었다"며 "파업을 하더라도 환자들을 먼저 생각해야되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응급실에서 얼굴에 붕대를 감고 휠체어에 앉아 잠든 홍모(21.대학생)씨의 곁을지키는 어머니 박모(47)씨의 얼굴에도 이날 수심이 가득했다.
박씨는 "아들이 오늘 새벽 갑자기 쓰러졌는데 웬만큼 큰 병원은 다 파업 중이라겁이 덜컥 났다"며 "구급차를 불렀지만 한참 지나서야 도착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보호자들은 특히 교대자 없이 투입중인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의료사고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중환자가 기본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CT촬영실에는 파업 전 방사선사 17명과간호사 4명이 근무했지만 파업 뒤에는 방사선사 6명과 간호사 2명만이 지키고 있을뿐이었다.
CT촬영장비 한대에 보통 2~3명의 방사선사가 3교대로 근무하는데 이날은 한 명이 하루종일 촬영장비 한대에 달라붙어야 예정된 촬영을 겨우 유지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방사선사 권오성(47)씨는 "일단 예약을 줄이고 장비당 인원도 줄여야 촬영일정을 맞출 수 있다"며 "연장근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고 식사시간도점심시간을 피해 30분 뿐"이라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3~4일 전 예약을 하면 가능했던 CT촬영이나 MRI촬영은 열흘뒤로 밀리고 있다고 촬영실측은 전했다.
이날 환자와 보호자들은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 "병원 노사가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TV보도를 낙담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파업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고대하는 눈치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