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성남 재개발 사업 포기… 일파만파] <br>보상일정 안잡힌 138개지구 사업연기·백지화 가능성커져<br> "LH, 주거 안정 외면" 비판도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택지개발 등 LH의 다른 사업 지구에도 사업 무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LH가 개발을 앞두고 있는 한 수도권 택지지구 예정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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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성 악화 등을 이유로 성남시 재개발 사업을 돌연 포기하면서 LH가 시행하던 전국의 다른 사업장에도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개발 사업이 절반 이상 진행된 수도권 요지의 사업장에서 공공 사업시행자가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LH의 사업장 대부분이 구조조정의 칼날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26일 LH에 따르면 공사가 현재 사업을 진행중인 사업장은 보금자리주택ㆍ택지개발ㆍ도심 재생 등을 합쳐 총 400곳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LH 부채 급증에 따라 정부의 핵심 사업인 보금자리주택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LH 신규 사업이 연기 또는 백지화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38개 사업장 추진여부 불투명 = LH가 현재 전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업 지구는 총 414개로 이 가운데 보금자리주택이 43개 지구, 택지지구가 248개 지구, 세종ㆍ혁신도시가 49개 지구, 도시재생사업이 67개 지구, 기타 사업이 7개 지구 등이다.
이 가운데 276개 지구는 올해 초까지 가까스로 보상이 시작돼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138개 지구는 아직 보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LH는 현재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전국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펼치고 있다. 부채가 120조 원에 달해 무리한 신규 사업은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들어 강원 속초 노학지구 개발 사업, 충남 홍성 종합 개발 사업, 경기 성남시 구도심 재개발 사업 등이 잇따라 무산됐으며 다른 사업장의 보상 일정에도 줄줄이 차질이 생기고 있다.
◇LH측 "손해보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 LH가 예상보다 강력하게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다른 사업장에서도 사업 중단 사태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수도권 최대 공공 재개발 사업으로 불리는 성남 재개발 사업을 LH가 포기한 것 자체가 매우 강경한 조치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옛 대한주택공사의 성남시 순환 재개발 사업은 수년간 주공이 '자랑거리'로 삼을 만큼 대표적인 사업이었다. 조합원이 영세하고 세입자 비중도 높은 열악한 주거지를 공공이 직접 개입해 재개발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으며 각계의 주목도 끌어왔다.
그러나 이 같은 공익성이 강한 대표 사업마저 LH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는 도심재생 및 택지개발 사업은 더욱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안양ㆍ대전ㆍ청주 등의 주거환경개선 사업과 파주 운정 3, 양주 회천지구 등의 택지개발 사업이 구조조정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명호 LH 사업조정심의실장은 "LH의 사업 구조조정 방향은 보금자리주택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되, 나머지 사업은 이에 맞춰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익 때문에 서민 주거안정 외면 비판도= 그러나 이 같은 LH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LH 사업 가운데는 성남 지역과 같은 순환 재개발을 비롯해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 서민들의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한 사실상의 공익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은 LH가 중도에 사업을 포기할 경우 민영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며 사업지 자체가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번 LH의 성남 재개발 사업 포기는 성남시와 LH와의 갈등 상황에서 터져 나와 구조조정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성남시의 한 관계자는 "원주민들 10년을 넘게 기다려온 사업인데 단지 성남시와의 갈등 때문에 사업이 취소된 것이라면 공공기관의 역할 자체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