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명선거 하려면 기업에 손 벌리지 말아야

5개 정당 대표, 정부 각료, 대기업 총수 등 각계 인사들이 어제 투명사회협약 보고대회에 참석해 투명한 대통령선거를 위한 서약을 했다. 정당 대표들은 올 대선을 투명ㆍ공정ㆍ정정당당하게 치르고 지역주의ㆍ금권공세ㆍ흑색선전ㆍ색깔공세에 의존하지 않을 것 등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했으며 다른 참석자들도 이를 지원ㆍ감시한다는 내용의 서약을 했다. 올 대선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깨끗한 선거, 정책선거가 돼야 한다. 따라서 대선에서 서로 경쟁할 정당들, 그리고 각계 인사들이 모여 그 의지를 다짐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여기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권의 인식 및 자세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협약에 열거된 구태의연한 선거전략과 운동은 모두 사라져야 마땅한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금권선거는 이번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본다. 돈을 많이 쓰는, 그래서 깨끗하지 못한 선거는 기업을 부정과 비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해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의 불법선거자금 사건으로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얼마나 큰 홍역을 치렀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깨끗한 선거는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기업에 선거자금을 달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손을 내밀지 않아야 가능해진다. 기업들은 정치권의 선거자금 지원 요구를 뿌리치기 어렵다. 훗날 닥칠지도 모를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요구액이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를 넘어설 경우 기업은 비자금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분식회계로 이어져 경영 투명성을 해치고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 최근 들어 돈 쓰는 선거풍토는 상당히 개선됐지만 기업들의 선거자금 고민은 여전하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정치권의 대선자금 지원 요구가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절반 가까이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아직도 정치권의 요구를 단호하게 뿌리치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기업들을 이런 부담에서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 투명선거의 첫걸음이다. 정치권은 이번 서약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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