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반도체 가격경쟁] 단기-수익악화.중·장기-긍정효과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파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세계반도체 판매가 지난해 11월 이후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반도체업체들은 제품가격을 30~50%씩 내려 재고를 소진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공세적인 경영에 돌입했다. 개인용 컴퓨터(PC), 고가 가전제품, 통신장비 등의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대형 유통업체나 전자ㆍ컴퓨터 업체들은 기존 계약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구매한 반도체를 대거 현물시장에 처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물시장에 거래되는 반도체 소매가격이 제조업체들이 대형업체들에 제공하는 도매가격보다 낮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붙은 가격경쟁 반도체 가격붕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먼저 불붙기 시작했다. 인텔이 최대 50%까지 제품가를 낮추면 경쟁업체인 AMD, 트랜스메타 등도 이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또 펜티엄4에 사용되는 램버스D램 구매업체들에게 별도의 리베이트를 제공할 방침이어서 후발업체들은 인텔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경쟁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쇽 쿠마르 US 뱅코프 파이퍼 재프리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은 인텔을 비롯한 업체들의 순익엔 재앙이나 마찬가지 결정"이라며 "특히 판매가 줄어들고 기존 주문마저 최소되는 상황에서 순익악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미 경제주간지 배런스도 시장조사기관 페치터 디트와일러의 보고서를 인용, 재고과잉뿐 아니라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경쟁이 반도체업체들의 2ㆍ4분기 실적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대형 반도체유통업체, 통신장비업체 등의 재고수준과 판매현황 등을 고려할 때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영향 인텔의 가격인하조치는 국내 반도체업계에는 중ㆍ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램 공급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함에도 불구 PC 수요가 늘어나지 않아 고심하고 있는 삼성전자ㆍ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인텔의 펜티엄4 가격 인하로 PC시장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텔의 반도체공장 수율이 좋아져 원가경쟁력도 개선됐다"며 "PC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CPU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PC 수요를 견인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텔과 경쟁하고 있는 AMD도 가격경쟁에 나설 태세여서 PC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AMD가 CPU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가면서 인텔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가격경쟁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당분간 이들간의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PC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수기를 맞는 하반기에는 이 같은 PC 판매가 본격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D램 재고가 소진되는 것은 물론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D램 가격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더구나 인텔과 미국 PC업체들이 최근 마케팅에도 본격 나서 PC시장의 활성화에 힘을 더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광고예산을 3억달러로 크게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델ㆍ컴팩ㆍHP 등 PC업체들도 저가 PC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BN(Electronic Buyer's News)에 따르면 인텔은 조만간 펜티엄4 계열 CPU 가격을 각각 65달러씩 인하하는 데 이어 5월 말에 또 한차례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 이번 조치로 1.5기가급 CPU는 560~565달러, 1.4기가급 CPU는 375~380달러, 1.3GHz CPU는 265~270달러 대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영주기자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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