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말기암 환자 진단늦어 사망 빨라져"
생존가능성이 없는 말기암 환자라도 의사의 오진으로 사망시기가 빨라졌다면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를 병원측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김선중 부장판사)는 6일 진모씨의 유족들이 "폐암 진단이 늦어 환자가 사망했다"며 서울K병원을 상대로 낸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병원은 1,500만원을 유족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진씨가 병원 입원후 검사결과 폐암으로 의심되는 징후를 보였는데도 한차례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추가 정밀검사 없이 진씨를 퇴원시킨 것은 의사의 잘못"이라며 "진료상 잘못이 없었다면 더 빨리 암을 발견해 다소 생존기간을 늘릴 수도 있었으므로 병원측은 진씨와 유족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씨가 입원 당시 이미 폐암 말기에 가까운 상태여서 의사 잘못이 없었더라도 사망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진씨의 사망으로 상실한 수입까지 배상하라는 청구는 이유없다"고 덧붙였다.
진씨 유족들은 지난 2000년 4월 호흡곤란 증세로 K병원에 입원한 진씨가 흉부CT촬영 등 검사결과 폐암이 의심되는 징후를 보였으나 병원측이 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나오지 않았다며 결핵성 늑막염으로 진단, 퇴원시켜 통원치료를 받다가 폐암 병세가 악화돼 작년 10월 숨지자 소송을 냈다.
김정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