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 원칙은 지켜나갈 것이다.” 경기부양 의사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정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권오규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청문회장에서 강한 톤으로 반박했다. 경기부양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이처럼 전임 경제팀보다 오히려 더한 느낌이고 ‘부양’이란 단어가 선악의 개념으로까지 비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은 안되고 활성화는 된다”는 식의 주장은 경제현실을 고려해볼 때 피부에 선뜻 와 닿지 않는 뜬구름 경제담론과도 같다고 꼬집는다. 한 원로 교수는 “경기부양이면 어떻고 활성화면 어떠냐”며 “우리 경제의 투자부진 원인을 파악, 그 대안을 찾는 실리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의 건강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감내할 수 있는 경기부양 방식까지도 무조건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흑묘백묘의 해법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세계경제보다 낮은 성장, 경제담론 무의미=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4%대 후반대로 점친다. 정부는 5%를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암울한 경기여건을 반영하듯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는 모습이다. 어찌 됐든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지난 2003년 이후 4년 연속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보다 낮은 ‘신기록(?)’을 세우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경제보다 낮은 성장률 추세가 지속되는 점”이라며 “이는 한국경제가 선진국 진입 전에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적지않다”고 설명했다. 참여정부 3년 평균 성장률이 3.9%인 상황에서 우리 성장동력 수준을 잠재성장률이라는 거대 담론에 맞춰놓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강만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은 “성장률이 자꾸 내려가고 투자는 멈춘 상태에서 거시적인 상황을 놓고 논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분과 담론보다 피부에 와 닿는 경제정책을 구사하라는 논평이다. ◇FTA 등 국가현안도 걸림돌=국가 현안에 대한 거대 담론식 접근은 문제해결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확산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재경부가 내놓는 내용의 주된 골자는 ‘우리가 주는(give) 것보다 받는(take) 것이 더 크다’는 식이다. 한미 FTA의 당위성에 열중할 뿐 반대여론에 대응할 만한 세밀하고 정밀한 분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다 보니 재경부 내부에서는 “외교통상부가 모든 것은 다 맡고 있는데 악역은 왜 재경부가 하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명분과 거대 담론에 집착할 경우 한 예로 복지 지출이 성장을 저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증가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적잖은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경제는 성장과 분배, 진보와 보수 등 그간 수많은 거대 담론에 의해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성장률이 참여정부 초기보다 상승했다고 하나 경기 확장국면이 짧아지면서 경제의 안정성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정책기조 유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리형 정책조합”이라며 “새롭게 출범한 권오규 경제수장이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이를 실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