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나이 들면 왜 시간이 빨리 흘러갈까

"의학적 근거보다 심리적 현상"<br>여생 짧음에 대한 강박감 작용<br>자신감 상실·우울증 이어질수도<br>전문가들 "과욕 부리지 말고 현실 인정 긍정적 태도 바람직"


아파트 경비일을 하고 있는 최모(60)씨는 올해 환갑을 맞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6학년(60대)이 되면서 세월이 더욱 빨리 가는 것 같아 허무하기까지 하다.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세월이 가는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세월의 속도가 40대는 40㎞, 50대는 50㎞ 60대는 60㎞라는 말이다. 왜 나이가 들면 세월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까. 이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있는 것일까. 의사들은 나이와 세월의 속도감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자료는 없지만 정신적으로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나이가 들며 세월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마치 맛있는 주스를 마실 때 컵에 남은 양이 적어질수록 한 모금 마실 때 더 많이 없어진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노년기의 불안증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강준 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늙어감에 따라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작용하고 노화 과정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 처리속도가 늦어져 시간이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며 "최근 정보통신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것도 과거보다 세월이 더욱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문제로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이 교수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끼고 불안감ㆍ초초감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가 늘고 있다"며 "자신이 계획한 일들이 잘 안 될 경우 우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월을 과도하게 빠르게 느끼면 남은 일들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초조함ㆍ불안감 등으로 심박동이 빨라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두근거림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자신감 저하, 무기력 등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과욕을 부리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없는 일과 꼭 하고 싶은 일을 선별해 차근차근 이뤄나가려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같은 시간 많을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경철 제주함소아한의원 원장은 "무엇을 배우거나 여행 등을 통해 새로운 것을 자주 접해보는 것이 좋다"며 "몸이 아프지 않도록 적절한 운동을 하고 질환을 제때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흐르는 세월을 억울해 하거나 휩쓸리지 말고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해야 한다"며 "주변 상황이나 환경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로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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