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최대주주 변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 기업 양수도에 따라 신규 자금 유입, 해외진출, 신규 사업 확대 등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대부분 급등세를 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실적악화 등으로 기업 펀더멘털이 부실하거나 최대주주 변경이 잦을 경우 기업 안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낸 코스닥 상장사는 34곳(스팩 제외)으로 전년 같은 기간(17곳) 대비 2배로 늘었다.
올해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한 기업 중 10곳을 제외한 나머지 20여개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중국의 반도체 회사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반도체 장비업체 '피델릭스(032580)'는 23~29일 5거래일간 매일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날은 전 거래일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장중 9%대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피델릭스의 급등은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델릭스를 인수한 동심반도체는 에너지와 시멘트 등 인프라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중국 동방항신자본지주그룹 유한공사의 자회사다. 피델릭스 관계자는 "동방항신그룹의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시장에 낸드플래시 '멀티칩 패키지' 등을 수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부품생산 업체 '오르비텍(046120)'도 사업확대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다. 오르비텍은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이의종씨의 보유주식 141만주(17.44%)와 경영권을 김희원 아스트(067390) 대표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스트는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항공기 정밀부품 제작업체로, 오르비텍은 아스트의 주요 외주 생산업체다. 오르비텍의 주가는 공시 후 이틀 연속 상한가로 치솟았으며, 지난 29일에는 장중 5,46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도 갈아치웠다.
오르비텍은 이번 경영권 양도를 통해 2013년부터 신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항공기 정밀부품 제조업 부문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큰 폭의 영업손실을 내고도 주가가 달아오른 업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주주 변경 호재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정체되거나 경영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5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동부로봇(090710)은 2월24일 최대주주가 중국 기업인 리드드래곤 컨소시엄으로 변경된다는 소식에 공시 후 일주일간 주가가 64.5%나 뛰어올랐다. 2012년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중국 기대감에 달아오른 것이다.
1월7일 최대주주가 변경된 초록뱀(047820)미디어도 공시 후 주가가 반짝 상승했지만 지난해 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초록뱀 관계자는 "판매관리비용 절감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매출원가가 상승해 영업적자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최대주주 변경 소식에 3거래일 연속 강세를 기록한 에스에이엠티(031330)도 지난해 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또 잦은 최대주주 변경은 오히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배구조가 자주 바뀌면서 경영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중국기업인 이스트아시아홀딩스(900110)는 송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올 들어 최대주주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 사이 주가는 지난해 12월 최고가(3,815원)를 기록한 뒤 1월 최대주주 변경 이슈가 발생하면서 내리막을 걸었고 이후 3월에 다시 한 번 최대주주 변경이 진행되면서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약세로 전환해 현재는 최고가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