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3월 30일] LED TV에서 손잡은 삼성과 LG

LG가 삼성의 LED(Light Emitting Diodeㆍ발광다이오드) TV 부품을 쓰기로 한 것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간에 이뤄진 첫 협력이자 대형 라이벌 업체 간 경쟁과 상생의 모델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기는 오는 5월 LG전자가 시장에 내놓을 LED TV의 핵심부품인 LED패널에 들어가는 LED패키지를 전량 공급하기로 했다. LG전자에 LED패널을 공급할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이 패널에 들어가는 패키지를 계열사인 LG이노텍 등에서 납품 받을 계획이었으나 이 회사의 양산체제 구축이 지연되면서 삼성전기의 부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2년 전 업체 간 협력강화를 통한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설립해 특허공유, 부품 교차구매 등을 추진해오다 이번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번 협력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기 부품의 주수요처인 삼성전자 LED TV의 빛을 쏘는 방식이 LG전자의 방식과 다르고, 따라서 사용하는 부품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가전을 비롯한 많은 제품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는 LG와 삼성의 부품협력은 경쟁과 상생이라는 새로운 협력모델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 사는 물론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 강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LG로서는 부품 자체조달을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하려면 TV 생산을 늦춰야 할 판이다. 그러나 삼성 부품을 사용함으로써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양산체제 구축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삼성은 삼성전자의 부품공급이나 제품 경쟁력에 차질 없이 또 다른 수요처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라이벌 기업이 자사 부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 받는 효과도 거두게 됐다. 디스플레이ㆍ반도체 등을 둘러싸고 국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ㆍ대만은 '타도 한국'을 외치며 제휴강화 등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이들을 따돌리고 우위를 지키려면 국내 업체 간에 서로 경쟁하는 한편으로 필요할 때는 손을 잡는 협력강화가 중요하다. 이번 LG와 삼성의 부품협력이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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