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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방언들 안타까웠죠"

'경북동남부 방언사전' 출간 정석호 씨


"사라져가는 방언들 안타까웠죠" '경북동남부 방언사전' 출간 정석호 씨 영천=곽경호 기자 kkh1108@sed.co.kr “여행을 좋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의 구수한 많은 방언이 정리돼 있지 않고 버려져 있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영천과 경주ㆍ포항 등 경북 동남부 지역의 방언을 정리, 사전으로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무선통신 등 통신 분야에서 일해온 정석호(72ㆍ사진)씨는 최근 6,700여개의 단어를 담은 815쪽 분량의 ‘경북동남부 방언사전’을 출간하고 고향인 영천 시청 등을 찾아 이 책을 제일 먼저 소개했다. 정씨는 “방언은 지역민들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면서 가족과 동네 사람이 연대감을 갖게 하고 지역 정체성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문화유산”이라며 “옛 생활상을 잘 반영하는 아름다운 방언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하나씩 메모하면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14년간 각 지역의 막걸리 집에서 술잔도 기울이고 시장을 찾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말들을 찾아내는 등 발로 뛰며 모은 자료를 정리해 정감 넘치는 방언사전을 만들었다. 그는 “전기가 없어 등잔불로 공부하던 시절에는 등유를 일본의 기름이라는 뜻으로 ‘왜지름’이라고 했다“며 “사는 게 어렵다 보니 부모들이 ‘왜지름 닳는다. 빨리 자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또 ‘도독눔 빙’이라는 말은 말라리아 병을 이르는 것으로 이불을 쓰고 떨고 있는 모습이 도둑이 불안해 하는 것과 흡사해 붙여진 말이라고 전했다. 정씨는 방언사전이라고 해서 단순히 말에 대한 해석과 설명만 담은 것이 아니라 단어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등 당시 생활상을 적극 반영했다. 또 방언사전에서는 농기구 등 생활도구의 각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일일이 명칭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방언사전이 출간됐지만 보완할 내용이 많아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현재 전해지는 방언도 표준어에 의해 많이 변해 순수성이 사라진 것이라는 정씨는 변형되거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우리말을 찾아내기 위해 발품을 또 팔 생각이다. 정씨는 “언어는 선조들의 생활상을 느낄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작업해왔다”면서 “말은 어감이 중요해 태어나 자라면서 익숙해진 영천 등 경북 동남부 지역의 방언을 연구하게 됐고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어 고향을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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