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거래소이사장 또 낙하산인가

3년 전 여의도 증권가는 낙하산 착륙을 저지하는 목소리로 시끄러웠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자리 때문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장면이 재연되고 있다. 오히려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거스를 수 있으랴’며 과거보다 좀 더 패배적인 분위기가 짙어진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선출되는 공식 절차는 이렇다. 이사장 임기(3년)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상 후보추천위원회 후보 공모를 받는다. 이후 서류 심사, 면접 등을 거쳐 후보추천위원회는 ‘금융에 관한 경험, 지식과 건전한 경영 능력’이 있는 인물을 ‘공정한 심사와 숙고’ 끝에 선정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승인받게 돼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래소 사외이사와 관련 업계 인사로 두루 구성된다. 이는 통합거래소가 출범한 이후 낙하산ㆍ밀실 인사를 막고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물을 수장으로 앉히기 위한 것이다. 특히 거래소는 공공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절차일 뿐 실제 돌아가는 상황은 절차를 무색하게 한다. 아직 서류 심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팔성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이미 내정 단계라는 설이 파다하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대표는 ‘고소영-S라인’을 갖춘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다.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공모 시작 전에 한껏 독립성을 외쳤던 후보추천위원회의 내부 분위기도 이 전 대표가 부각되면서 미묘하게 갈리는 양상”이라며 “이런 식으로 할 거라면 차라리 이사장직을 대통령 임명직으로 하는 게 여러 사람 덜 고생시키겠다”고 말할 정도다. 노조 역시 성명서를 내고 반대하고 나섰다. 과거에도 낙하산으로 시끄러웠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거래소 이사장 심사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증권가의 관심이 뜨겁다. 앞으로 줄줄이 있을 새 정권의 공기업 인사를 파악할 수 있는 좌표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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