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관한 방대한 증거를 제시했으나, 프랑스ㆍ중국ㆍ러시아 등이 이의 구체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여 국제금융시장에 또 다른 불안감을 낳고 있다. 그동안 이라크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던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우방국이 배제된 전쟁을 불안해 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파월 장관은 이날 이라크가 유엔의 무장 해제 요구를 무시하고, 알카에다 테러세력에 도피처를 제공했다며, 그동안 첩보활동을 통해 획득한 녹음테이프와 위성 사진, 이라크 망명자들의 증언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중대하게 위반하고 있으며, 이 결론은 반박할수도, 부인할수도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는 파월 장관이 제시한 증거를 “전형적인 미국의 쇼”라고 부정했다. 또 안보리의 비토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중국ㆍ러시아는 “미국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유엔 사찰 활동을 더 강화하야 한다”며 전쟁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이 광범위한 연합군을 구성, 이라크를 공격할 것인지, 영국 등 앵글로색슨 국 위주로 전쟁을 치를 것인지 여부는 오는 14일 유엔사찰단의 최종 보고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뉴욕 증시는 파월 장관의 보고 직후에 미국의 우방국들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증거가 완벽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돌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로버트 호매츠 골드만 삭스 부회장은 “시장이 전쟁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미국만의 전쟁이 되는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파월 장관이 안보리 3개국을 설득, 지난 91년 걸프전처럼 다국적군을 구성, 단기에 전쟁을 종식시키고 미국의 전쟁부담을 분산시키는데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 실망하는 분위기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는 미국 국채(TB)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날은 미국의 단독전쟁 수행시 국채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로 하락했다. 국제금값은 파월 발언 직전에 유럽시장에서 6년만에 최고인 온스당 390달러까지 올랐다가 파월 발언 직후에 전쟁 발발이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으로 온스당 377달러로 하락하는 기현상을 빚었다. 국제 석유시장은 미국이 유럽의 반대에도 불구,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유가 선물가격은 배럴당 34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이 우방국을 설득시키지 못한 채 전쟁을 결심할 경우 금시장은 온스당 420 달러,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