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집단소송 사태 후유증 외면한 여당

국회 법사위 여당 의원들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연기,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2년간 소송적용 유예를 무산시킨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부ㆍ여당의 정책혼선을 또 한번 노출시킨 것도 딱하지만 무엇보다 과거분식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장 기업들은 소송사태에 휘말리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고 있다. 과거분식의 소송적용 유예는 당정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도 아니고 이렇듯 여당 의원들에게 막혀 뒤집어질 것이라면 당정협의를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여당 지도부는 뭘 하고 있었는가. 정부가 하는 일을 여당이 뒤집고 여당끼리도 서로 엇갈려 발목을 잡는 현상은 정책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을 말해준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제회복이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과거분식에 대한 선처 호소는 정부도 재계 못지않게 적극적이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백방으로 뛰었고 이헌재 부총리는 국회를 방문해 개정안을 꼭 연내에 처리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렇듯 열심히 움직인 것은 과거분식 문제의 부작용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과거 분식회계로부터 나는 떳떳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관행처럼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경제5단체장이 선처를 호소하면서 국민 앞에서 사과한데서 보듯 재계도 이미 그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소송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집단소송제에 휘말리면 기업은 존폐 기로에 설 만큼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로서는 여기에 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경영활동 위축이 불가피하고 이는 그렇지않아도 힘든 경제를 더 어려운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 그런데도 법사위 여당 의원들이 이런 부작용을 보지 못하는 것인지, 왜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내년에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여당 한쪽에서는 이에 발목을 잡는 형국은 딱한 일이다. 법사위는 이른 시일 내에 과거분식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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