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최근 HSBC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 여부를 둘러싼 소송 등 ‘법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는 승인 절차를 미루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금융위는 “법적인 불확실성 해소 여부를 봐가며 판단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1년 이상을 고집스럽게 끌어온 정부의 ‘법적 불확실성 해소 원칙’ 명분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정부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심사에 전격 착수한 것은 론스타와 HSBC 간 계약 파기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관 속에 론스타와 HSBC 간의 계약이 깨질 경우 ‘모든 책임을 정부가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계와 해외언론이 한국의 ‘반(反)외자’ 정서를 부각시키며 외환은행 매각 지연을 주요 사례로 드는 것은 ‘외자(外資) 프렌들리’를 천명해온 이명박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HSBC의 입장을 대변하는 서한을 보내고, 론스타의 본거지인 미국 텍사스 출신 부시 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으로 정부의 고민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소나기는 피했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외자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법적 불투명성’과 ‘먹튀 논란’을 앞세워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무산시킨 정부가 이 정도의 상황 변화만으로 태도를 바꾸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이런 잡음을 최소화하려면 앞으로의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결과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국내외 자본에 공평한 기회를 주고 론스타에 대한 과세도 정당하게 이뤄져야 한다. 외환은행 매각에 많은 눈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