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19일] 한국영화 성장만큼 '성숙'의 길로

"아니 왜 칸에만 좋은 영화를 출품하고 베니스에는 안 주는 겁니까?" 칸 영화제를 찾은 베니스 영화제 관계자들이 한국 영화 관계자들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이 '듣기 좋은' 불평은 입에 발린 소리로만 넘길 얘기는 아니다.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된 영화 '놈ㆍ놈ㆍ놈'은 베니스 영화제 측에서 출품만 하면 경쟁 부문에 올리겠다고 유혹했던 작품이다. 올해도 '달빛 길어 올리기' '포화 속으로' '악마를 보았다' 등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세 작품이 베니스 영화제 측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 이상 한국 영화의 선전은 '뉴 웨이브'가 아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두편의 영화가 말해주듯 한국 영화의 작품성ㆍ독창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단 몇몇 감독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매년 새롭게 발굴되는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장편 데뷔작으로 칸에 초청된 장철수 감독도 외신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훌륭한 작품의 잇따른 등장은 칸 필름 마켓에서도 좋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영화가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외국인들의 호기심 수준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투자 아이템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의 힘이 세계 시장에서 입증된 만큼 비즈니스의 성숙도도 수반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문이다. 칸 영화제 기간에 만난 한 외국인 바이어는 "한국 업체들은 신뢰를 구축할 줄 모른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해외에서 이름이 없던 우리나라의 한 감독의 영화를 수입해 배급했던 이 외국 업체는 우리나라 업체와 꾸준한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우리나라 업체는 기존 계약을 무시한 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타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물론 비즈니스 세계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과 계약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고 한 사례를 전체의 얘기로 확대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1조원을 넘는 규모로 성장한 한국 영화업계도 이제 충무로 스탠더드를 넘어선 글로벌 스탠더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콘텐츠는 그 자체로 발산하는 매력이 충분히 크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이라면 비즈니스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가 오는 2013년까지 세계 5대 콘텐츠 강국을 목표로 삼은 가운데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비즈니스 태도까지 갖춘다면 한국 영화산업이 더욱 빠르고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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