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로 못다 이룬 포부를 검사로 이루렵니다” 감사원 소속 변호사 5년차인 정경진(35ㆍ사시 41회) 검사는 원래 검사가 꿈이었다. 연수원 시절 성적 때문에 검사 임용을 받지 못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그때는 칼로 자르듯 성적순으로 판검사가 되던 때였다. 꿈을 접었다. 대신 ‘행정부의 검찰’이라고 할 수 있는 감사원을 택했다. “감사원 소속 변호사들은 법률자문 위주의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감사원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감사에 투입돼 현장에서 뜁니다. 직무감찰뿐 아니라 국민감사청구, 정책감사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감사 업무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정 검사는 현장에서 뛴 감사원 생활에 대해 설명했다. 감사원 변호사로 슬슬 자리를 잡아가던 그에게 경력직 검사공채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감사원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접었던 꿈을 다시 펼쳐보고 싶었다”고 지원 동기를 설명했다. 시험은 만만치 않았다. 정 검사는 “이번 외부 변호사 출신 검사 채용 방식은 기존과 달랐다. 서류로 당락을 결정하지 않고 기록시험과 면접시험 점수가 당락을 좌우했다. 뒤늦게 고시공부를 또 했다”며 웃었다. 기존에는 연수원 성적을 위주로 선발했으나 올해는 경력, 전문성, 적성, 인권의식 등이 기준이 됐다. 기록시험은 100쪽 짜리 조서를 한 시간 만에 읽고 어떤 죄가 성립되는지를 구술하는 것이었다. 면접시험은 검찰 고위간부 및 외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면접이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피의자에게 욕설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보는가’, ‘수사 중에 외압이 올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라는 질문처럼 아주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사항까지 세세히 물어보셨습니다. 대답이요?, 원칙을 지키되 현실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 드렸죠(웃음)” 감사와 수사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는 게 정 검사의 생각이다. 그의 첫 임용지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이다. 관심 분야와도 맞아 떨어진다고 한다. 그는 “성남지청은 토지분쟁, 건설 분야 사건이 많은 곳이라고 알고 있다”며 “감사원의 건설 물류감사국에서 일하면서 건설교통부를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르는 수사를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