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중국ㆍ일본 등 각국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한국의 정국 불안이 앞으로 북 핵 문제 및 자국과의 경제 관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를 예의 주시했다. APㆍAFPㆍ로이터 등 세계 3대 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들도 이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주변국, 한국 불안이 악영향 미칠까 촉각=각국 정부는 탄핵이 내정 문제라며 공식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주한 대사관과 소식통들을 통해 탄핵안 가결 이후의 상황 전개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며 한국의 정국 불안이 자국에 미칠 정치ㆍ경제적 영향을 전망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국무부는 “주한 미대사관 직원을 통해 사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짧게 논평했지만 노 대통령 탄핵이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 역시 노 대통령의 탄핵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앞으로 한국의 대(對) 중 정책과 6자 회담에 입장 변화가 없기를 기대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김대중 정부의 햇빛정책부터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의견이 일치해왔다”며 “이번 사태가 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국과의 노선에 차질을 빚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의 탄핵안 발의가 수습될 것으로 예견했던 일본 정부도 공식적인 논평은 피했지만 앞으로 6자 회담 전개나 한ㆍ일자유무역협정(FTA) 교섭 등 민감한 사항을 앞두고 벌어진 한국의 정국 불안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한국의 내정 문제라서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지만 외무성 관계자는 “한ㆍ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올 상반기 중 노 대통령의 방러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외신, 한국 정치가 경제ㆍ사회 불안 키워=외신들은 한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정국 불안으로 타격을 맞은 한국 경제 상황과 함께 정치ㆍ사회적으로 극에 달하고 있는 혼란 상황을 심도 있게 보도했다.
AFP와 로이터통신은 “한국 국회가 극적인 대치 끝에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안 가결로 앞으로 한국의 정치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결정을 놓고 이미 여당은 법을 명분으로 한 쿠데타로 비난하고 있으며 야당은 헌정과 국민의 승리라며 대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아시아 제 4위의 한국 경제가 정치적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으며 지난 87년 한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한국인들의 분열이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 주니어는 이날 `한국의 문제는 경제와 부채야, 이 바보야(For Korea, It`s the Economy and Debt, Stupid)`라는 칼럼을 통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번 소식을 신속히 보도해왔던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국영 CCTV 등은 “이번 사태가 6자 회담과 한ㆍ중 경제관계에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