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자의 눈] 은행들 IB업무 손 놨는가

금융부 서정명기자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은행들은 신주단지 모시듯 ‘투자은행(IB) 육성’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유럽연합(EU)에서 금융불안 우려가 불거지면서 국내 은행들은 IB사업에서 손을 놓고 말았다. 금융당국도 은행건전성 잣대를 들이대면서 IB육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은행들도 예대율 마진에 몰두하면서 안정적인 영업방식에 의존했다. 대기업 및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실채권이 쌓이면서 은행들은 올해 3ㆍ4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영업이익과 순익이 크게 떨어질 상황에 놓여 있다. 이 기간동안 해외 IB시장은 중국과 일본 금융회사가 맘껏 챙기고 있었다. 중국 왕서방 자본은 미국와 유럽의 금융기관을 사들이고 있으며 일본 사무라이 자본도 해외 금융회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헐값에 나온 해외 금융기관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사업부문을 사들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은행은 ‘위기는 곧 기회’라고 인식하고 IB업무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교포은행을 인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영업대상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교포, 유학생, 주재원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좁은 시장을 놓고 국내은행들이 서로 진출해 영업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은행의 경쟁상대는 골드만삭스, 시티은행,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은행이 아니라 이웃 동네에 있는 국내 은행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글로벌 경제가 다시 정상궤도에 접어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IB시장 선점을 위한 뜨거운 경쟁이 재현될 것이다. 그때 가서 부랴부랴 IB육성을 외쳐보았자 원님 지나가고 나발 부는 격이 되고 만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시각교정에 들어가야 한다. 주판알을 튀기며 예대율 계산에 매달리지 말고 IB업무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이 기회다. 파생상품 투자 등 리크스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IB업무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국내 은행이 ‘우물안 경영’에 매달리고 있을 때 이웃나라 금융회사들은 힘찬 도전에 나서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구경만 하지 말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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