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LG그룹이 LG카드에 대한 자금지원조건을 놓고 벼랑끝 대치를 벌이면서 LG카드가 유동성부족으로 지난 21일부터 부분 중단해 왔던 현금서비스를 23일 전면 중단하는 등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채권단과 LG그룹은 주말인 22일과 23일에도 막후협상을 계속했으나 구본무 회장 개인의 연대보증 등을 둘러싼 견해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최악의 경우 LG카드의 부도와 제2의 카드대란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과 LG측 모두 이 같은 파국을 원치 않고 있는데다 금융당국도 양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등 중재에 나서고 있어 늦어도 24일 오전까지는 막판 대타협을 통해 극적으로 타결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주말과 휴일 연속 막판 협상을 벌이며 LG그룹에 구본무 회장의 개인 연대보증을 재차 요구했으나 LG측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23일 “채권은행들은 LG그룹과 구본무 회장이 과연 LG카드를 살리겠다는 뜻이 있느냐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구 회장의 연대보증이 필수적이며 여기서 물러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LG그룹은 구 회장의 ㈜LG의 지분(5.46%) 전부를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구 회장의 연대보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사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LG카드의 현금서비스가 3일째 중단돼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LG카드는 특히 지난 22일 만기가 돌아온 교보생명 매출채권 3,015억원을 결제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채권단은 24일 오전까지 LG측이 제출한 확약서를 토대로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만일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LG카드 부도와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카드는 10월말 현재 회원수 1,400만명, 자산규모 24조8,000억원에 이르는 카드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안길수기자 c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