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파치/치밀한 사전조사로 중내수 공략(해외로 뛰는 중기)

◎중 「피혁 육성책」 이용 의무수출비율 50%로/부자재 일괄생산체제 구축·경영권 확보도/작년 내수판매 360% 증가 400만불 기록최근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및 해외시장 개척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10말 기준) 중소기업의 해외투자 실적은 4천9백22건(금액기준 37억8백만달러)으로 전체 7천5백12건의 65.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수출실적이 4백42억3천2백만달러로 전체수출의 41.5%를 차지하는 등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해외진출 및 해외시장 개척에서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시장과 생산의 한계성과 세계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본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동으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및 해외시장 개척 성공사례를 발굴, 해외진출 및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중소기업들에게 하나의 좌표로 제시할 계획이다.<편집자주> 피혁제품 전문제조업체인 (주)가파치(대표 성상현)는 중소기업 공동브랜드인「가파치(CAPACCI)」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유럽에는 구찌, 니나리찌가 있고 한국엔 가파치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가파치는 지난 77년 설립이후 피혁제품 분야에서 발군의 성장을 해왔다. (주)가파치는 창업 초기 피에르 가르뎅, 이브생로랑, 지방시, 웅가로, 찰스 주르당, 니나리찌 등 해외 유명브랜드를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방식으로 생산하다 고유브랜드인 가파치를 개발하면서 매년 30∼40%씩의 고성장을 구가하는 등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보여준 대표적 업체의 하나다. 특히 지난 90년에는 자사의 고유브랜드인「가파치」를 관련업계 중소기업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중기 공동브랜드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그동안 피혁산업 선두주자로 내달려온 이회사도 어려움은 따랐다. 바로 해외에서의 지명도와는 달리 국내 소비자 및 유통업체들의 홀대로 갈수록 입지가 좁혀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파치가 활로모색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 바로 해외진출이었다. 국내시장에서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무엇보다도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생산여건의 한계등을 극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가파치는 인건비가 낮은 중국을 최종 투자대상지로 택했다. 이는 내수시장 측면에서는 구소련 지역도 유망할 것으로 판단됐지만 생산과의 연계라는 측면에서는 중국이 더욱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파치가 단순히 생산과 현지수요의 연계라는 것만으로 투자대상 지역을 정한 것은 아니다. 사실 해외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들 사이에는 중국이 사운을 내걸기에는 리스크가 큰 나라중 하나로 인식돼 있다. 실제 중국으로 진출해 보면 인프라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거나 판로가 어려운 점 등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중국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는 ▲노동집약형의 업종인지 아닌지 ▲원자재 수급이 원활한지 ▲제품인수의무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가파치는 이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 진출 초기부터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즉 중국이 피혁제품을 국가적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품목으로 판단, 이 품목 육성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십분활용해 수출의무비율을 50%로 명문화해 허가를 받았다. 이와관련, 보통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의 경우 생산품의 70%를 수출해야 하는데 이같은 수출의무비율을 50%로 끌어내림으로써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유리한 입장을 확보한 것이다. (주)가파치는 또한 피혁산업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중국에서 일관생산체제를 구축, 부자재 공급상의 어려움 없이 제품의 질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94년 6월 원피 가공회사인 기호제혁유한공사와 완제품 제조회사인 기호피혁제품유한공사 등 4개 법인을 동시에 설립했다. 이와관련,(주)가파치는 원피인 소가죽 등을 중국 현지에서 50%, 미국 40%, 그리고 파키스탄과 몽고에서 10%정도를 조달하고 있다. 가파치는 이와함께 합작파트너와의 관계설정 및 노무관리도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중국측 관계자들을 국내로 초청, 자본주의적 경영을 이해시키고 이윤보장을 통해 경영권도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가파치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비교할때 품질은 90% 수준이면서 인건비는 10분의 1 수준인 채산성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또한 중국 내수시장 공략도 원활히 이루어져 중국진출 2년만인 지난해 전년대비 3백60% 늘어난 4백만달러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가파치는 현재 북경 상해 청도 심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19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매장수를 66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함께 정비되지 않은 물류체계 및 높은 비용 등을 감안해 주요 지역별로 직판점 형태의 판매망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별로 다른 패션유행을 적용해 광범위한 형태의 수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정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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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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