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있어서 구조조정은 생존의 전제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제국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은 이미 구조조정에 성공, 웬만한 불황에도 끄떡하지 않는 다. 이들 기업은 탄탄하게 다져진 기반을 앞세워 지금은 세확장에 나서고 있거나 새로운 투자 찾기에 한창이다. 그런데 선진국이 가는 길을 우리는 뒤늦게 쫓아가면서도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우리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도대체 정부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곳곳에 각종 법과 규제장벽이 많아 별 성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기업들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계획을 마련해 놓고는 있지만 올 스톱 상태라고 한다.
최근 한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셋중 둘꼴로 가까운 장래에 고용조정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6백개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68.2%가 채용감축·명예퇴직·정리해고 등을 통해 인원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94∼96년중 한차례 이상 고용조정을 실시했다고 응답한 기업(52%)과 대비해 볼 때 대폭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경기가 최악이라는 반증이다. 그러나 종업원들의 입·퇴사가 자유롭지 못해 인력을 감축하거나 재배치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다. 종업원들의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계열사의 통합 및 분할,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절차나 법조항, 세제 등 제도상의 장벽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사업재편을 위한 회사분할의 경우 절차상 번거로움과 과중한 세금 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기업들의 자구노력 가운데 큰 몫을 차지하는 부동산매각도 세제문제로 협상만 있을 뿐 정작 계약체결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뉴코아 백화점 본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팔아봤자 양도소득세 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매각이 내년으로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대한상공회의소가 들고 일어났을까. 상의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 지원특별법」제정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정부와 입법부는 기업의 자구노력을 가로막는 걸림돌 제거에 앞장서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기업의 부동산매각관련 세법개정안만 봐도 그렇다. 지원책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기업들도 대량 감원만이 경영혁신의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문어발식 경영과 방만한 운영에서 벗어나 과감한 자기혁신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확실한 체질개선을 단행, 또다시 이같은 사태가 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 위기를 웬만한 불황에도 끄떡없는 기업체질로 만드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