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층인구 급증 지구촌 '고민'
각국 "연금재원 마련" 발등의 불
'지금 젊은이들이 노인이 됐을 때 과연 어떻게 살까'
서구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속속 고령 사회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촌각을 다투는 난제로 각국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민들의 생활 보장을 위해 운용되고 있는 연금의 재원 부족문제가 벌써부터 세계 각국 경제에 심각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지는데 생활 지원을 받아야 할 노인들의 인구만 날로 불어나는 기형적인 인구 구조가 점차 고착되면서 연금으로 여유롭게 삶을 영위한다는 노후 복지의 꿈은 점차 퇴색돼가고 있다.
몇 가지 수치로 그려보는 일본 미래의 청사진은 '세금 지옥''노인 대국'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오는 2025년 일본 정부의 연금 부담액은 현재 44조엔의 약 두 배에 육박하는 84조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2050년에는 20세 이상의 생산인구 3명이 노인 2명을 먹여 살리는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 때쯤에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35%를 넘어서고 남녀 평균 수명은 각각 81세와 90세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경제활동이 가능한 젊은 세대가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의 연금에 생활을 의지하는 노인 인구와 이들이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은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정부의 부담, 근본적으로는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나라 경제를 짓누르는 한편, 노인들에 대한 연금 지급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국민의 삶의 질 전반이 위협을 받게 됐다.
특히 일본은 내년중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40%에 달하는 693조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이미 선진국들 가운데 나라 빚이 가장 많은 불안정한 재정 구조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금 지급액을 더하면 일본의 나라 살림은 그야말로 파탄 지경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국제 신용평가기구인 스탠더드앤드 푸어스(S&P)는 오는 2050년 일본의 GDP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480%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금 재원 고갈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연합(UN)인구국은 현재 10명 중에 한 명 꼴인 전세계의 60세 이상 인구가 2050년에는 5명당 한 명 꼴인 20억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세계 전반에 걸쳐 고령 인구 비중이 비대해지는 인구구조의 왜곡 현상이 진전되는 가운데, 제한된 재원으로 노인들의 생활을 책임지기란 이미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진 복지를 실현해 온 유럽 각국에서도 연금 문제는 정부를 고민에 빠뜨리는 최대의 골칫덩이다. 유럽의 경우 현재는 10명이 일을 해서 은퇴한 노인 4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 꼴이지만, 오는 2040년 쯤에는 책임져야 할 노인 수가 7명으로 급증하게 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로마노 프로디 위원장에 따르면 앞으로 25년 이내에 유럽내 연금 수령자 수가 이 지역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1억1,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인심 좋은' 복지정책으로는 더 이상 나라 살림을 영위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을 공통된 지적이다. 젊었을 때 세금을 많이 내는 대신 국민연금으로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보장받는다는 유럽의 복지정책은 사회가 이미 '고령화'를 넘어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현 상황에서 그 재정적인 기반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
때문에 연금 재원의 고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한편 미국과 같은 기업 연금으로 이를 대체하는 과감한 개혁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