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1일] 공단의 겨울나기

지난 18일 찾은 경기도 시흥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예년 같으면 연말을 앞두고 밀려드는 일감으로 직원들의 몸놀림이 가장 분주할 때지만 일부 생산라인은 아예 멈춰선 채 스산한 분위기마저 엿보일 정도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 사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손을 부여잡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원래 4ㆍ4분기가 성수기지만 올해는 일거리가 줄어 특근은 고사하고 일부라인에서는 감산에 돌입한 실정”이라며 “연말이면 이곳 저곳에서 현금이 필요한데 가뜩이나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감마저 줄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2008년 겨울. 갑자기 찾아온 혹한처럼 한국 경제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사태와 실물경기 악화, 환율 불안 등 갖가지 악재가 겹치며 과거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에는 올 겨울이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공단 곳곳에는 자고 나면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소중한 일터를 잃어버린 근로자들은 고개를 떨군 채 혹독한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중소업계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자금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거나 내년 봄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거나 하는 흉흉한 소문만 나돌고 있다. 정부가 시중 은행들의 유동성을 높여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지만 일선 창구에서는 신규대출 및 만기 연장 등을 조건으로 꺾기를 강요하는 등 금융기관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중기지원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의 경우 시행 한달이 지났지만 까다로운 요구조건 탓에 정작 신청규모는 200억원에 머무르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 대해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유동성 확보방안을 은행에만 미루고 마냥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난이다. 덩달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키코(KIKO) 기업 75개사를 대상으로 정부의 금융안정대책을 물었더니 94.7%가 ‘정부의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64%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흔히들 중소기업을 ‘한국 경제의 풀뿌리’라고 하지만 중소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소외감을 이야기하고는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고독하게 이 겨울을 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과 우리 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