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지만 대외신인도 지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도 확률을 보여주는 5년 만기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5일 기준 전일 대비 23bp(1bp=0.01%포인트) 상승한 170bp를 기록했다. 오는 2014년 4월 만기 한국 외평채 가산금리도 157bp로 4월 말(56bp) 대비 3배 이상 급등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값이 전날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증시도 상승했지만 외국 투자가들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대외신인도 지표가 악화일로에 빠진 것은 천안함 사태에 따른 한반도 긴장도가 겉잡을 수 없이 높아지면서 우리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의 한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천안함 사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위험회피 성향이 우리나라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대외신인도 지표인 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가 급등하면서 해외 자금조달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중장기 자금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악화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 기업과 금융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4월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이 2,700억달러를 넘기고 있고 재정건전성도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낫다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결코 안심할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가 해외발 위기에 유난히 취약하다는 약점이 드러났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조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지표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대외신인도 지표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라기보다는 남유럽 재정위기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2008년과 비교하면 국내 지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계속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