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박찬호 부장검사)는 A자산운용사 전 채권운용본부장 두모(44)씨와 B증권사 전 채권사업본부장 박모씨(48) 등 증권사와 은행·보험사·자산운용사 전 현직 직원 20명을 특경가법상 수재·증재 혐의로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 증권사 직원 10명은 지난 2010년부터 4년 동안 채권매매 중개를 의뢰받는 대가로 펀드매니저 두씨 등 10명에게 고액의 해외여행 경비 등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최대 7,500만원을 지원한 증권사 직원도 있었고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직원이 유흥업소 여종업원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례도 있었다.
증권사 채권중개 담당직원은 펀드매니저로부터 채권매매 중개업무를 의뢰받아 중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 수수료에 따른 성과급이 기본급의 6배가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검찰 조사 결과 증권사 직원이 채권매매 중개업무를 따내기 위해 소수의 펀드매니저들에게 고액의 여행비 접대를 제공하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증권사 직원과 펀드매니저들은 불법 '채권 파킹 거래'를 공모하기도 했다. 채권 파킹이란 자산운용사가 채권을 바로 사지 않고 증권사에 잠시 보관(parking)하도록 했다가 채권값이 오르면 정식으로 사들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운용사와 증권사가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채권값이 떨어지면 고객 자산에 피해를 전가하는 경우가 많아 법으로 금지돼 있다.
증권사 직원과 펀드매니저들은 2013년 5~11월 채권 파킹을 하다가 손해가 나자 고객 자산으로 113억원 상당의 손실을 메우기도 했다. 채권 파킹 과정에서 증권사 직원이 손실이 날 것을 우려하자 펀드매니저가 "내 돈도 아닌데 뭘"이라고 말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채권 시장을 비롯한 주식 시장 등의 비정상적인 유착과 비리를 엄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